(볼 만한 새 책)'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페퍼민트' 외

입력 : 2022-08-17 오후 3:48:4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전 세계 각국 여성 17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붕괴된 일상을 이야기한다. 난민이 된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러시아 문학을 경계하는 유명 작가이자 전 정치인, 우크라 장애인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본 라트비아 올림픽 위원회 임원, 우크라 관련 전시를 열어 화제가 된 아마추어 화가… 두 저자는 사적인 이야기까지 역사라는 점을 고려해 전쟁 이후 세계 각국 개개인에게 도래한 변화는 무엇인지를 기록하고자 이들을 인터뷰했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윤영호, 윤지영 지음|미음 펴냄
 
남편이 죽고 아들도 떠나 혼자 남은 노인이 있다. 노인은 어린아이 얼굴을 한 괴물을 우연히 만나고, 괴물을 집에 들이고 만다. 이 소설집 수록작 ‘고기와 석류’의 설정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노인은 괴물로부터 잡아 먹히지 않고 살아남는다. 저자는 이 수록작을 비롯해 소설집 전반에서 공포를 이야기하지만, 공포가 결국 인간의 삶을 갉아먹도록 두지 않는다. 작가의 소설 인물들은 끝까지 살아내고 버틴다. 고통으로 점철돼도 계속되는 우리들 삶처럼.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중국이 과시하는 팽창의 움직임을 저자는 한국에 덮쳐오는 ‘거대한 해일’에 비유한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왜 패권적인 제국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세계와 반목하며 마찰을 거듭하는지 입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5년 가까이 중국의 산업 현장을 관찰했던 저자는 그 나라의 산업 굴기, 첨단 산업과 반도체 기술, 미국과 패권 경쟁, 대만 문제, 중국 내부 잠복한 농촌 등 당면 현안을 정리한다. 우리 입장에선 ‘차이나 쇼크’에 대비할 수 있는 로드맵이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한청훤 지음|사이드웨이 펴냄
 
저자는 스스로를 ‘초록 노동자’라고 부르는 식물분류학자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이 땅의 사라져가는 식물을 지키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저자는 ‘제대로 지키려면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국 산과 들, 강을 누비며 식물들을 찾아 나섰다. 모데미풀과 댕강나무, 눈측백 같은 지구상에서 오직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 식물들에 관한 설명 대목에서 저자의 식견에 놀란다. 비무장지대, 국가보안지역, 무인도 가리지 않고 기록한 식물 사료다.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지음|김영사 펴냄
 
1960년대 복지사회 스웨덴 저소득층으로 살았던 저자가 생전 유일하게 남겨놓은 작품이다. 다섯 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청소노동자로서 삶을 그려내 1970년 스웨덴을 비롯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주변 북유럽 국가에서 호응을 얻었다. 타계 전인 1987년 스웨덴 노동문학상인 이바르 루유한손 상을 수상했고 2009년 ‘스웨덴 1000대 고전’에도 선정됐다. 경제적 계층과 복지 정책 설계 문제에 화두를 던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스쳐간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이유진 옮김|교유서가 펴냄
 
19살 시안은 식물인간 상태의 엄마를 간병하기 위해 학교가 끝나면 매일 병원에 간다. 엄마는 몇 년 전 온 사회를 휩쓴 전염병에 감염된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움직이지 않는 엄마의 손발을 주무르고 소변통을 비우면서 해원이 치를 떠는 것은 가족들 모두가 ‘슈퍼 전파자’로 사회 전체의 비난을 받았던 기억 때문이다. 개명까지 해가면서 사회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그의 이야기는 코로나 팬데믹 초창기 때 우리 사회의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페퍼민트
백온유 지음|창비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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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