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부정맥 중 하나인 심방세동은 정상적으로 뛰어야 하는 심장박동이 느닷없이 빠르게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심방세동이 급사를 유발하진 않지만 심방세동 때문에 생긴 혈전으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부정맥의 범주는 매우 넓어 그 자리에서 급사하는 부정맥부터 무시해도 되는 부정맥까지 다양하다. 심방세동도 이러한 부정맥의 하나로, 노인의 약 10%가 경험할 만큼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온몸에 피를 순환시켜 주는 펌프라고 할 수 있다. 윗집인 심방의 동결절이라는 부위에서 전기를 만들어 아랫집인 심실을 규칙적으로 수축시킨다. 동결절이 아닌 심방의 다른 부위에서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후루룩 전기가 튀면서 심방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심실도 영향을 받아 혈액이 힘차게 방출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심방세동이다.
일단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당장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해도 당장 심실의 심장박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윗집이 떨게 되면 아랫집도 일시적으로 불규칙하게 박동하긴 하지만 급사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과 관련이 깊어 심방세동 환자의 30%가 평생 한 번 이상 뇌졸중을 경험할 정도다. 심방이 파르르 떨면 안에 있던 피가 심실로 내려가지 못해 고이고, 그 결과 피가 뭉쳐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뇌경색증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시시각각 뇌세포가 죽어가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거나 평생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사망이나 후유증을 막으려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보통 심전도 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되는데, 환자가 종일 증상이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된다. 가끔씩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를 몸에 부착하고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생활 심전도 검사를 받게 된다. 1일에서 2주까지 다양한 기간 동안 검사를 할 수 있어 부정맥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일 1년에 몇 번씩만 증상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뜸하다면 평상시 들고 다니다가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간이심전도 기기를 이용한다. 이 밖에도 심장 부위 피부에 작은 칩을 넣어두고 기록하는 삽입형 심전도 기록장치도 있어 최장 3년까지 기록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가 보급되면서 부정맥 경고문구가 떠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증상이 없는 심방세동 환자도 꽤 있으므로 이런 경고가 뜨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스마트워치가 잘못 판독하는 사례도 꽤 많으므로 워치에서 이럴 때도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병원에 올 때는 심장 상태를 보여주는 결과를 출력해서 종이로 가져오면 좋다.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치료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지, 나이, 뇌경색증 기왕력 등을 참고해 점수를 매기고, 기준을 넘어서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약을 처방을 한다. 다른 하나는 심방세동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다. 심방세동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의 경우에는 비교적 초기이기 때문에 약을 써서 적극적으로 정상 리듬을 유지시켜주는 치료를 한다.
약을 써도 부정맥이 강하게 튀어나오는 환자는 고주파로 해당 부위를 지져주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이나 냉동 풍선 시술을 하게 된다.
알코올은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워낙 유명한데, 특히 과음은 직접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담배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진은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무엇보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발생한 경우 걱정만 하지 말고 무조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병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