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인 중국이 적자국으로 적락하면서 '최대 흑자국 시대'가 지났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 경제활동 재개인 리오프닝에도 대중 수출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던 중간재 또한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어 대중 적자의 고착화 우려를 탈피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대중국 수출액은 294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420억5300만달러)보다 42.7% 급감했습니다.
월별로 보면, 1월에는 91억72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전년 동월보다 31.4% 줄었습니다. 2월에도 24.3% 감소한 98억8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3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33.4% 급감한 104억1800만달러에 머물렀습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4월 초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관세청 집계를 보면 이달 1~10일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26억66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9% 줄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한국이 큰 폭의 흑자를 보는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수출액이 줄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적자만 78억8000만달러에 이르는 등 지난해 1분기 58억4000만달러 규모의 흑자와 비교해 대조적입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대중국 수출액은 294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420억5300만달러)보다 42.7% 줄었습니다. 그래픽은 대중 수출액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4월 초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이달 1~10일 대미 수출액은 30억4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2.1% 뛰었습니다. 대미 수출액이 대중보다 많은 것은 2003년 6월 이후 약 20년만입니다.
대중 수출의 부진 요인으로는 예상보다 더딘 현지 경기 회복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기 회복이 당초 관측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증시 반등 시기 전망을 3개월 늦춘 바 있습니다.
중국 경제 매체인 차이신과 영국 시장조사 업체 IHS 마킷도 3월 차이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월치인 51.6과 시장 예상치 51.4를 밑돈 수준입니다.
PMI는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50을 웃돌면 확장을 의미합니다. 기준선인 50을 가까스로 지키면서 경제활동 재개에도 수요 개선이 더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으로부터 중간재(소재·부품)를 조달해온 중국의 산업 구조가 바뀐 점도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산업 고도화를 통해 중간재 자급률을 늘려가면서 우리나라와 보완적인 관계가 아닌 경쟁하는 위치로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수출 25%가량이 대중국 수출이기 때문에 중국 수출이 정상화되느냐 여부가 중요한데, 현지 경제 회복세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다"며 "중국이 자체 반도체 생산도 늘리면서 우리나라로부터의 수입 비중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우 사실 이전부터 수출 증가율이 정체해왔는데 최근 들어 반도체까지 안 팔리다 보니 우리나라가 역으로 중국의 시장이 돼버렸다"며 "한국이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팔고 중국이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 시장에 파는 과거의 공식은 끝났기 때문에 우리도 산업 대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습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대중국 수출액은 294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420억5300만달러)보다 42.7% 줄었습니다. 사진은 부산항.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