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R&D 예산 복구…AI 인재 유인책 안 보인다

한국, AI 인재 유출국 전락 위기
업계 "해외 인재 유입 위해 금전적 지원 이뤄져야"

입력 : 2024-07-01 오후 4:13:37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 국내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AI 고급 인재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IT기업을 중심으로 AI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정부 역시 대폭 삭감했던 R&D 예산을 다시 늘리는 등 지원에 나섰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의 한국 복귀 유인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연구 현장은 뒤늦은 R&D 예산 복구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5년도 연구개발(R&D) 재원 배분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AI 인재 유출이 많았습니다. HAI가 지난 4월 발간한 ‘AI 인덱스 2024’를 살펴보면, 한국의 AI 인재 이동 지표는 만 명당 -0.3입니다. 유입되는 숫자보다 해외로 나가는 인재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0.4를 기록하는 등 인재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AI 분야의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IT 업계는 적극적으로 인재 발굴에 나서고 있습니다. NHN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전문교육기관인 NHN아카데미를 활용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우수한 개발자 양성과 지속 가능한 개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카카오테크 부트캠프’ 교육생을 모집하는데요. 카카오테크 부트캠프는 생성형 AI, 클라우드 등에 대해 교육합니다. 
 
정부는 내년 3대 게임체인저 기술(AI 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를 비롯해 혁신형 R&D 예산으로 올해 대비 24.2% 늘어난 3조4000억원을 투입합니다. AI와 반도체 분야에서는 차세대 범용 AI 등에 집중 투자합니다. 
 
다만 정부가 ‘R&D 카르텔 철퇴’를 근거로 지난해 R&D 예산 대폭 삭감에 나선 바 있어 연구현장은 이번 R&D 예산안에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선 R&D 예산 삭감으로 과제의 연속성이 꺾인 상태에서, 인재를 다시 유인할 만한 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입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은 지난 6월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이번 예산안이 ‘역대 최고’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진행 중인 연구과제들이 중단되고 연구 인력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과 달리 AI 인재 집중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재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AI 인재 집중도 2위를 기록한 싱가포르(0.88%)는 아시아계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거액의 장학금과 정착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 속 AI 인재 유출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는데요.
 
업계에서는 AI 인재 복귀를 위한 세제 혜택 부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지난달 16일 ‘이공계활성화 TF 4차 회의’에서 “과거 한국의 성장기에는 해외 인재를 복귀시키기 위한 세금 혜택도 있었다. 1인당 1억원 규모의 리로케이션(이전) 패키지를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면 기술 스타트업들의 인재 영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수한 인력이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에서 좋은 사례를 남겨준다면 국내 학생들도 의대만큼이나 이공계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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