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재상정…또 '거부권 시간'

대정부질문 앞서 안건 상정…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돌입
4일 오후 토론 종결 후 표결…'15번째 거부권' 수순

입력 : 2024-07-03 오후 5:50:39
[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2대 국회 본회의에 다시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야당 주도 표결→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의 수순을 밟게 될 전망입니다. 
 
'최후 보루' 꺼낸 국힘…대정부질문 '무산'
 
국회는 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당초 '채상병 특검법'은 전일 열린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이 종료된 후 상정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본회의는 정회 후 산회했고, 결국 처리가 무산됐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우선할 것을 요구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3일 채상병특검법이 상정될 예정인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항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 강행 처리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애초부터 대정부질문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채상병 특검만 상정, 강행 처리하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의사일정"이라고 비판했는데요. 
 
본회의 중에서도 그는 의장석 앞으로 나서 "대정부질문이 있는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했던 전례가 없는데 왜 굳이 하느냐"고 항의했습니다. 
 
그럼에도 우 의장은 "어제 예고했던 안건을 순서에 맞춰 처리하는 것"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의 안건 상정을 알렸는데요. 법안 설명에 앞서 우 의장은 "채상병이 순직한 지 곧 1년이 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책임도, 진실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60% 이상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준 만큼 국회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안건 상정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따르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때 그 가치가 있다"고 언급한 우 의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법안이 정부로 이송될 경우 민심이 요구하는 바를 잘 받아들여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대정부질문이 파행을 겪자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예고한 대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채상병 특검' 저지에 나섰습니다. 본회의가 시작된 지 30여분 만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위한 여야의 마지막 결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정부질문은 자동으로 무산됐습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돌입과 동시에 '토론 종결권' 발동을 예고했습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은 더 이상 발언하고자 하는 의원이 없을 때까지 이어지지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하면 토론 시작 24시간 후 표결을 통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을 강제 종료시킬 수 있습니다. 192석에 이르는 범야권의 의석만으로 토론을 끝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유 의원의 발언 시작 24시간 후인 4일 오후 3시40분경 무기명 투표로 토론 종결 동의 표결을 하게 됩니다. 직후에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의결 매직넘버 '8'…윤 대통령 '최대 위기'
 
큰 이변이 없다면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게 될 텐데요. 지난 5월28일 국회 재표결 끝에 폐기된 지 40여일 만에 다시금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공이 넘어가게 되는 셈입니다. 
 
윤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법안에 대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만약 이번 채상병 특검법에도 거부권을 사용한다면, 그의 15번째 거부권이 됩니다. 국회 재의결이 진행될 경우 범야권(192석)이 모두 찬성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힘에서 8명만 이탈하면 채상병 특검은 가동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채상병 재표결 시 통과 여부에 대해선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해 '부글부글'하는 여론들이 상당히 많이 내재돼 있다"는 의견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된다면 이탈표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김진양·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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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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