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 손에 마스크를 든 채 전용기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첫 TV토론 참패 이후 24일 만이고, 오는 11월5일 대선을 107일 앞둔 시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로 전 세계 정치도, 경제도 대혼돈에 빠졌습니다. 당장 민주당은 대선 후보 교체 작업에 나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누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지, 또 '트럼프 대세론'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여기에 아시아 증시는 약세를 보이는 등 한국 경제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을 민주당 후보가 확정될 때까지 경제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긴박했던 바이든 사퇴 '48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는 선거 캠프에도 불과 1분 전에 통지됐을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됐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발표 하루 전인 전날 가족과 측근인 스티븐 리체티·톰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 등 극소수 인사들하고만 결정을 공유했습니다. 측근 두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돼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늦은 밤까지 사퇴 입장문을 작성했습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위원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 결정을 알렸습니다. 곧바로 백악관과 선거 캠프 참모 등 고위급을 소집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 포기를 알린 게 오후 1시45분쯤이었다고 합니다. 이어 오후 1시46분 바이든 대통령은 엑스에 성명을 올려 후보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사퇴 발표를 불과 1분 앞두고 다른 참모들에게 소식을 알린 겁니다. <CNN> 방송은 선거 캠프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이 '48시간 이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은 지난달 27일 TV토론 이후 고령에 따른 건강·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당 안팎의 사퇴 압력이 거세게 분출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후보 TV토론 맞대결에서 참패하자 당내 우려가 터져 나왔고, 지난 2일부턴 현역 의원들의 공개 사퇴 촉구가 이어졌습니다. 결정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사퇴 요구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이었던 두 사람마저 '사퇴론'에 무게를 실으면서 결국 결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 세계의 시선은 포스트 바이든에 쏠릴 전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를 선언한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한 새 대선 후보로 꼽히지만 다른 후보가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내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미니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주당으로선 오하이오주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다음 달 7일 또는 시카고 전당대회가 있는 다음 달 8월19~22일 이전까지 후임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조만간 후보 선출 절차 등을 공표할 계획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대선 격랑에…정치·경제 '대혼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민주당이 새 후보를 선출하게 되면서 정치·경제적으로 대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우선 민주당의 후보 교체로 대선 구도가 급변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의 도전으로 민주당 내부적으론 어느 정도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등판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트럼프를 압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후보 교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대결 구도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트럼프 대세론'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민주당이 후보를 교체할 경우 현 판세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정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새로 선출될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경제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당장 증시부터 흔들었습니다. 이날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바이든 사퇴 충격'으로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을 포함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 리스크'에 따른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비트코인(BTC) 가격은 '트럼프 대세론'을 타고 반등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우세 판세에 대한 시장 시각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또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100% 일치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선 정책적 불확실성도 커졌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