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우리 정치는 거대 양당이 국회를 양분하는 양당제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고 지역주의 성향도 강합니다. 양당제의 장점은 정치적 안정입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각자 지지층이 확고해 그 성향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되므로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극한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게 되기도 합니다.
양당제는 상대방의 패배가 곧 자신의 승리가 되므로 갈등을 부추겨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경향도 나타나는데요. 이른바 ‘갈라치기’가 보편화되고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게 되는 겁니다. 극한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반대편에 대한 배척이 심화되면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장방문 도중 흉기 피습 당했다.(사진=뉴시스)
지난 11월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지지자로 가장해 접근한 후 흉기로 목부위를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5년이 선고됐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월2일 부산시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 살펴보고 이동하던 중 김씨로부터 습격을 받아 큰 부상을 당한 바 있습니다.
김씨는 살인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재판부는 정치적 견해 차이로 피해자인 이 대표를 적대시하고 악마화하면서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 개인의 생명을 박탈하려는 행위임과 동시에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범행을 저질러 자유롭고 공명한 선거를 방해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씨가 사전에 흉기를 미리 구매해 날카롭게 갈아 개조하고 살인 연습을 하는 등 치밀하게 살인을 계획하고 치명적인 목부위를 찌른 점을 볼 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겁니다.
이 대표가 피습당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만 14세의 A군에게 피습을 당했습니다. A군은 배 의원과 마주치자 신분을 확인한 후 배 의원의 머리를 돌로 약 15차례 가격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검찰은 A군을 기소했습니다.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되고 검사의 처분에 따라 소년부에 송치되거나 일반 형사재판에 기소될 수 있습니다. 소년부에 송치된다면 보호처분을 받게 되므로 2년의 소년원 송치가 가장 중한 처분입니다. 검찰이 A군의 죄질이 안 좋다고 판단해 일반 형사재판에 넘긴 겁니다. A군은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치료감호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국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습격이 끊이지 않는데요. 지난 2022년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기 피습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범인은 직접 제작한 총기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총기 피습을 당한 바 있습니다. 저격범은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알려졌는데요. 미국도 정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견해를 받아들이는 상대주의적 관점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넘어서 통치권자를 비판함으로써 피치자가 스스로 지배기구에 참가하는 자치정체의 이념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기본권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다른 견해를 인정하고 그 표현을 존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태도이며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요소인 겁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어떠한 의견의 표출은 정치인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그 정당성을 알리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활동에 대한 반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본인의 견해와 다른 여론이 형성되고 그러한 정책이 실행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유로운 정치적 표현의 자유 행사에 걸림돌이 됩니다. 정치인은 인파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필연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과 대면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위협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협은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습격은 민주주의의 올바른 발전을 저해하는 범죄로서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높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다면 모방 범죄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으므로 엄벌해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해 온 정치권의 책임도 적지 않은데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은 양당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거법을 정비하고 정치인들 스스로 헌법 정신에 따라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정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극복하고 정치가 정상화되려면 다른 의견에 대한 포용을 통해 정치적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