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시대 맞게 변해야“

ESG기준원,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세미나 개최
"변화한 자본시장에 맞춰 진화해야"
양적 성장 넘어 질적 개선 초점 맞출 때

입력 : 2025-02-05 오전 10:06:03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운영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제도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016년 국내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유도해온 스튜어드십 코드가 변화한 자본시장 환경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김 부위원장은 "현재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2016년 제정 당시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변화한 자본시장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관투자자가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는 핵심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지속적인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외 주요국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사례도 공유됐습니다. 곽준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국은 2019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전면 개정해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하고, 주식 외에도 다양한 자산군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며 "이후 일본, 독일,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이를 참고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영국의 경우 기관투자자에게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내부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등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율을 도입했는데요. 일본과 독일도 공적 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정했고, 싱가포르는 지속가능성 요소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곽 교수는 "한국도 국내 현실에 맞춰 적용 대상 자산군을 확대하고, 비재무적 정보 공시를 구체화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우수 가입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실효성 강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현영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의 반대의결권 행사 추이가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 1.19%에 불과했던 국내 기관투자자의 반대의결권 행사 비율은 2020년 4.26%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대한 견제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영향. (자료=황현영 연구위원)
 
 
황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의 주주 활동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이행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부를 공시하도록 하고, 불성실 공시 기관에 대해 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일본도 금융청을 통해 참여 기관의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사후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이행 점검 방안을 마련하고, 점검 결과에 따라 우수 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참여 미흡 기관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날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습니다.
 
참석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기관이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이행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의 자본시장 환경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타 공적 연기금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행 점검과 관련해서는 "독립적인 전문위원회가 투명한 기준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지난 3월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기관투자자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활동을 보다 명확하게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은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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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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