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난해 채권자본시장(DCM)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증권사들이 관련 조직을 정비하는 등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중소형 증권사들도 DCM 영업에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5일 코스콤체크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DCM 주관금액은 25조461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 14조545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대폭 늘어난 것입니다. 건수로는 176건입니다. 지난해 현대차증권의 DCM 실적은 전년 6위에서 4위로 올랐습니다. 1~3위는 각각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로 순위변동이 없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증권의 은행채 대표 주관 규모만 23조1910억원으로 DCM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단행한 현대차증권은 자기자본이 늘어 올해 DCM과 주식자본시장(ECM), 기업공개(IPO) 등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한투자증권의 지난해 DCM 주관금액은 16조9761억원으로 집계했습니다. 전년 11조7638억원으로 9위에 머물렀는데 5조원 가까이 상승하며 6위로 올라섰습니다. 지난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사장이 DCM과 ECM 3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IB 조직 역량 강화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3년 DCM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커버리지 부서를 신설한 뒤 외부 영입 인력을 부서장 자리에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 DCM 주관금액이 3조3834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조5092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순위도 16위에서 10위로 단숨에 올라섰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월1일자로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송창하 전무를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 강화에 나섰습니다. 같은 달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을 IB사업 담당 상임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통해 DCM, ECM 등 정통 IB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한양증권의 경우 2023년 21조9189억원에서 지난해 17조8088억원으로 감소해 현대차증권에 DCM 부문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하락했습니다. 2023년 5위를 기록한 교보증권도 지난해 7위로 하락했습니다. DCM 주관금액은 17조3358억원에서 16조5184억원으로 소폭 줄었습니다.
SK증권은 지난해 10조7560억원의 DCM 실적을 기록하며 8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이중 회사채 발행 실적이 7조1376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SK증권은 SK그룹의 딜을 대부분 수행한 덕분에 높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SK증권은 지난해 △SK텔레콤(3500억원) △SK브로드밴드(2625억원) △SK E&S(2500억원) △SK하이닉스(2500억원) △SK(2250억원) △SK지오센트릭(2000억원) △SK실트론(1500억원) △SK인천석유화학(1500억원) 등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습니다.
회사채로 좁힐 경우 하나증권의 약진도 돋보입니다. 하나증권은 2023년 회사채 발행금액이 227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1조461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발행 건수도 7건에서 27건으로 늘었고, 점유율도 0.37%에서 1.8%으로 성장했습니다. 하나증권은 △KB금융그룹(2000억원) △롯데그룹(1780억원) △GS그룹(13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1000억원) 등 그룹 계열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성과에 대해 하나증권이 2024년 초 전통IB 강화에 나선 효과를 봤다고 평가합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지난해 초 IB 강화를 선언하며 DCM 리그테이블 10위 안에 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전통 IB만 취급하는 별도 조직(IB1부문)을 만들고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한 결과 1년 만에 목표치에 가까워졌습니다.
지난해 해외주식 호황세를 업고 리테일에 강한 증권사들이 좋은 실적을 올렸는데요. 올해에는 IB 사업이 증권사들의 실적을 가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공모채 발행만 10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하는 등 반기 최대 규모였다"며 "올해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로 인해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최근 증권사들이 DCM 조직 강화에 힘 쓰고 있는 상황이 향후 DCM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증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