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언급 없었다"…외교통상 공백 노출

각 국 '각자도생' 모색…일본·호주 등 선제 대응
한국, 정상 외교 '실종'…접촉은커녕 통화도 못해

입력 : 2025-02-13 오후 5:16:4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본격화하자 세계 각 국의 '각자도생'이 분주합니다. 나라마다 정상 간 대화로 관세 면제를 요청하거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 중인데요. 각 국은 어떻게든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물밑에서 대미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한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윤석열씨의 불법 계엄과 내란 사태로 '정상 외교'가 올스톱되면서 트럼프 대통령 접촉은커녕, 한·미 간 외교 라인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데요. 한국의 정상 외교 실종 상태에 정부·정치권 등은 물론, 국내 산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각 국, 외교 빅뱅전 본격화…물밑 접촉 치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의 탄핵 상황과 관련해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세계 각 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서 어떻게든 예외와 면세 조치를 받아내려고 외교전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언급'조차도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는 세계 각 국의 외교전은 치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이스라엘 다음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에 일본을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미 투자를 1조달러로 늘리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호주도 신속히 움직였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양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 면제를 고려하기로 동의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깊은 유감을 나타낸 유럽연합(EU)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정상회의'를 계기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대통령 및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책 찾기에 나섰습니다.
 
대만도 지난 1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으로 차관급을 급파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무역에서 큰 악당"이라고 비판한 인도는 오는 13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무기·가스 등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한계…대미 외교 난항
 
반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못한 상황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는 근본적 한계 탓에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지난 3주간 지속적으로 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관계 부처들이 대미 외교에 힘을 쏟고 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도 없을 뿐더러 역부족입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16일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성사시키려 하지만, 이 역시 불투명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 대응 선봉에 서야 할 산업통상자원부도 미국과의 접촉 시도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당장 내달 12일부터 수입 철강 제품 등에 관세 부과가 시작되는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국내에서 관련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정도입니다. 최 권한대행은 전날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글로벌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다음 주에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해 관세 피해 우려 기업 지원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최상목 권항대행마저도 탄핵하냐 마냐 하는데, 국정 공백 상태에서 정부 대응이 잘 이뤄질 수 있겠냐"며 "헌법재판소 등이 어서 빨리 정리해서 현재의 탄핵 정국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투자은행(IB)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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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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