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본격화한 가운데, 정부가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내놨습니다. 관세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위한 '관세대응 수출바우처'를 도입하고 불가피하게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합니다. 또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 366조원을 공급하는 등 상반기 수출 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합니다. 주로 기업들의 피해 지원에 집중하면서 무역금융 확대, 대체시장 발굴 등에 나선다는 게 정부 전략입니다. 다만 국가수장 공백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못 한 가운데,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미국발 관세 전쟁 대응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관세대응 수출바우처 도입…유턴기업 세금 감면
정부는 18일 최상목 권한대행 주재로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를 수출 문제 관련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판단하고, 세부 과제로 △관세대응 패키지 △무역금융 패키지 △대체시장 패키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관세대응 수출바우처를 도입해 피해 우려 기업을 지원합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20개 무역관 헬프데스크를 통해 현지 파트너사와 피해분석, 피해대응, 대체시장 발굴 등 컨설팅 패키지를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15개 수출지원센터 내 애로신고센터를 통해 발굴된 미국 관세조치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바우처를 활용해 수출국 다변화 등 종합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미국 관세와 무역장벽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무역보험 한도를 최대 2배 확대 지원합니다. 피해 발생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오는 6월까지 단기수출보험료 60% 할인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관세에 대응해 해외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신규 투자를 한 기업에 대해서도 해외투자자금 대출 무역보험 보증을 올해 2조원 지원합니다.
관세 조치로 피해가 발생해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유턴 기업 지원도 강화합니다. 지금까지는 매출액이 25% 이상 줄어드는 등 해외사업장 축소가 완료된 유턴 기업에 대해서만 법인세와 소득세, 관세 감면 혜택을 줬는데, 앞으로는 해외사업장 축소가 완료되기 이전에도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관세 피해 기업에 대해 2026년까지 유턴 기업 보조금 지원을 위한 해외사업장 구조조정(청산·양도·축소) 요건이 면제됩니다. 관세 조치 등으로 피해가 인정되는 기업이 국내에 복귀하면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 비율 10%포인트를 최대 비율 45% 한도 내에서 가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역대 최대' 무역금융 지원에도…국가수장 공백에 한계
아울러 정부는 수출금융 유관기관 합동으로 기업 유동성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366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무역보험 100조원을 지원하고 무역보험 보험료와 보증료를 6월까지 일괄 50% 할인합니다. 연간 수출 실적 100만달러 이하인 중소기업 3만5000개 사에 대해선 단기수출 보험료 90%를 특별 할인합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새로운 수출 활로를 모색, 적극적 판로 개척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북반구 저위도·남반구에 위치한 신흥 개발도상국) 시장 개척 지원을 위해 수출 지원 기관 해외 거점을 14개소 신설·강화합니다. 또 글로벌 사우스 무역보험 55조원을 공급합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글로벌 통상 환경이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바람에 맞춰 돛을 바꾸듯 해법을 계속 마련해 가야 한다"며 "오늘부터 '민관합동 수출전략회의'를 재개해 관련 기관과 기업이 함께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대응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는 논의의 장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미국의) 관세 피해 지원에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민간에서는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한국은 국가수장 공백 상태로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사실상 정상 외교 실종 상태에서 정부가 뒤늦게 대책들을 쏟아내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판단입니다. 때문에 민간에서는 주요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사절단이 19∼2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하다 보니 미국 측에서 대화 상대로 여기질 않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계속 미국 측 정책 담당자들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출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