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윤석열정부 2년 새 '사상 최악'의 세수 펑크를 기록하면서 부실 재정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또 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년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안전자산인 금 외환보유 역시 12년째 '뒷짐'만 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2월호'를 보면, 우리나라 국세 수입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2년 만에 15%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세수 2년 새 15% '뚝'…역대 처음
13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2월호'를 보면, 우리나라 국세 수입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2년 만에 15% 감소했습니다. 지난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세 수입 395조9000억원에서 2년 만에 336조5000억원으로 급감한 겁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역대 처음입니다.
연도별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지난 2022년 국세 수입은 395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1조9000억원 더 걷힌 바 있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344조1000억원으로 직전 연도보다 51조9000억원 덜 걷혔습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5000억원 감소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본예산 국회통과 때 정부 전망한 367조3000억원보다 30조8000억원 줄었습니다.
법인세 급감으로 인한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 337조7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더 적습니다. 결국 2023년에는 56조4000억원(-14.1%)의 역대 최대 세수결손을 맞은 해로 기록됩니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30조8000억원의 대규모 결손 사태가 빚어지면서 2년 누적 87조2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수 결손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2년 연속 지속된 극단적인 국세 수입 감소"이라며 "1990년 이후 2022년까지 국세 수입이 줄어든 해는 IMF 경제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 등 단 4번뿐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국세 수입 2년 만에 15% 감소했다"며 "이는 IMF 경제위기(-3%), 금융위기(-1.7%), 코로나 위기(-2.7%) 때의 국세 수입 감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하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3일 시민이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ACE KRX금현물' 시세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환보유액 줄고 금 보유는 제자리
세수 감소뿐 아닙니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계엄발 고환율로 추락하는 원화 가치 방어에 대응하면서 올 1월 증발한 외환보유액은 46억 달러 수준입니다. 4년7개월 만에 최저치인 4110억 달러로 쪼그라든 겁니다.
앞서 열린 '고환율 고관세 시대' 토론회에서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외환법을 도입해 경제 활력을 제고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위기 대응과 금융 선진화를 동시 추구, '원화 국제화'를 달성할 수 있는 외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적자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금 보유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복합적인 대외 리스크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인 미국의 금 보유량은 2024년 기준 8134톤에 달합니다. 이는 전 세계 금 보유량의 23.8%로 4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막대한 금 보유량을 통해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하는 미국은 자국 외환보유고의 금 차지 비중이 75%에 달합니다.
중국도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은 3545톤으로 증가했고 외환보유고의 5.5% 수준까지 금 비중을 높였습니다.
위안화 디지털 화폐(CBDC) 발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위안화의 글로벌 통화 움직임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흥국들의 탈달러화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세계 금협회(WGC)가 68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관의 69%가 향후 5년 안에 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미국 달러화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62%를 차지했습니다.
'안전자산=금'으로 인식한 주요국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탈달러화 움직임을 본격화한 브릭스(BRICS) 국가들도 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브라질,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 5개국의 금 보유량 합계는 2020년 4분기 5116만2000톤에서 2024년 4분기 5746만5000톤으로 630만3000톤(12.3%) 늘었습니다.
트럼프는 달러 대체를 향한 100% 관세를 언급하는 등 브릭스 탈달러화에 경고하고 있지만 외환보유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금 활용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국들도 금 보유를 늘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금의 낮은 유동성, 미 국채 대비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금 매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2013년 이후 한국의 금 보유량은 104만4000톤으로 외환보유고의 2.1%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12년째 제자리로 브릭스 5개국 평균 10분의 1 수준(9.1%)에 그칩니다. 한국의 외환보유고 중 금 비중은 G7 주요국 평균인 47.6%와 22.7배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 의원은 "한국은행은 '뒷짐'이라며 "금을 전략자산으로 삼아 그 보유 비중을 최소 5%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한은 외자운용원 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금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방침을 전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