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트럼프발 '상호 관세'…변칙 적용에 불확실성↑

백악관 "13일 모디 총리 방문 전 발표"
자동차·제약 '예외' 가능성에 전 세계 촉각
한국, FTA로 영향 적지만 불안 요소 상존

입력 : 2025-02-13 오후 5:54:5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예외 없는' 25% 관세 부과를 선언한 데 이어,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조치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 세계의 촉각이 곤두섰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에 상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상호 관세는 교역 상대국의 관세율에 맞춰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응 방식입니다. 
 
다만 미국은 이번 상호 관세 발표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 조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적인 상호 관세 정책과는 다를 움직임도 엿보이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상호 관세가 부과될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를 이유로 FTA 재협상 요구 등의 가능성도 있어 불안 요소가 남아있다는 평가입니다.
 
트럼프발 상호 관세 임박…전 세계 '폭풍전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상호 관세 발표 일정에 대해 "모디 총리가 내일(13일)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이틀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1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12일쯤 상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취임 선서식에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냐'는 질문에 "오늘 할 수도 있고, 내일(13일) 아침에 할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오늘은 개버드 국장의 날이라 관심을 뺏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상호 관세에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는 "세계는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해왔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막대한 관세를 부과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호 관세에 대해 "그들이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부과한다. 아주 간단한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알다시피 난 막 철강과 알루미늄에 무엇인가를 했다. 25% 그리고 그건 어느 시점에 올라갈 것이지만 25%는 (기울어진) 경기장을 꽤 평탄하게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그 나라 상품에도 동일한 관세를 매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은 EU산 자동차에 2.5% 관세율을 적용하는데, 이를 똑같거나 거의 비슷하게 맞추는 식입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나오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FTA로 영향 미미…'예측불가' 트럼프에 불안감 ↑ 
 
일단 미국이 이번에 내놓을 상호 관세 방침은 통상적인 상호 관세 조치와는 다소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연방의회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 관세 정책에서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가 예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기존의 상호 관세 정책과 달리 일부 품목은 예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 존슨 의장은 이날 미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이 (상호 관세에서) 일부 분야를 다르게 취급할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와 제약 산업이 그중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그러나 확실하진 않다. 이에 대한 확인은 백악관에 직접 해야 한다"고 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상호 관세에 대해 4가지 예외 분야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수입 자동차와 제약 산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은 한미 FTA 체결로 대부분 상품이 무관세입니다. 상호관세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영향권에 들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하지만 미국이 비관세 장벽을 이유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이 대미 흑자 규모가 9번째로 많은 국가라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칙 적용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FTA를 채택했기 때문에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뭘 문제 삼을지 모른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보조금 지급 문제 등도 있고, 기본적으로 미국이 관심 있고 적자를 많이 보는 중요 품목 중심으로 해서 신흥국들에 대해 관세 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보편 관세, 상호 관세 등 구분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면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그 명칭이 뭐가 됐든 미국이 적자를 내는 품목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관한 포고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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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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