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우리은행이 이르면 내달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시장이 과포화라는 견해가 많아서입니다. 다만 우리은행은 단기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자사 은행 상품과 연계해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익 보단 고객·데이터 확보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알뜰폰 사업을 위한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알뜰폰 브랜드 명은 '우리WON모바일'입니다. 과기정통부가 신청서를 수리하면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빠르면 3월 말, 늦어도 4월 중 사업을 개시할 전망입니다.
당초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알뜰폰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연말까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에서 "금융권이 대규모 자본을 내세워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우려를 표하면서 과기정통부와의 협의가 길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시장 진출 이후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상생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간 우리은행과 정부부처가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쳐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신청서가 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 은행권 사업자가 됩니다. 우리은행은 서비스 다각화를 통해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과 경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은 단기적인 수익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객 유입을 통한 유니버셜 앱 활성화, 고객 데이터 확보,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과기정통부 신청서가 수리가 안 된 상태에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순 없지만 단기간에 가격 경쟁을 통해 이용자 수를 확 늘리겠다는 계획은 아니다"라면서 "새로 진출하는 만큼 자사 은행 상품과 연계한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선발주자인 'KB리브 모바일'이 연일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민주당 의원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리브 모바일의 누적 영업 손실액은 사업 시작 첫 해인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 6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도별로는 2019년 8억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84억원, 2022년 160억원, 2023년 11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5%, 2021년 3.7%, 2022년 5.3%, 2023년 4.8%로 5% 내외에서 정체된 모습입니다. 가입자 수 또한 당초 목표로 내세운 100만 명에 한참 떨어지는 42만 명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먼저 진출한 KB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알뜰폰 사업이 단기적으로 수익을 끌어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닌 상황"이라며 "알뜰폰 시장이 이미 가격 경쟁력도 많이 없어진 상태라 고객이 선택하게 만드는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이 지닌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알뜰폰 사업을 위한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알뜰폰 브랜드 명은 '우리WON모바일'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 모습 (사진= 뉴시스)
규제·과포화 등 난제 산더미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가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은행권 알뜰폰 사업은 새로운 비이자이익 수익원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금융권 알뜰폰 사업자와 이통 3사 자회사 등 대기업 계열의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은행권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휴대폰 가입자 5700만명 가운데 알뜰폰 사용자는 950만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SK텔링크·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LG헬로비전·미디어로그 등 통신 3사 자회사 등 기존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은 51.8%입니다.
만약 점유율이 60%로 제한되면 신규 사업자는 8% 안에서 나눠먹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권은 알뜰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고민이 되는 상황입니다.
업황 악화도 걸림돌입니다. 그간 면제됐던 전파사용료를 올해부터 내야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의무화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별도 지원금을 제공하는 '전환지원금' 제공 여파로 알뜰폰에서 이동통신사로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의 이탈 가입 건수는 63만2119건으로 전년 대비 45.4% 늘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알뜰폰 경쟁을 활성화하고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모습입니다. 지난달 15일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 과점 체제인 현행 통신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을 요소로 알뜰폰을 선정하고 올해 통신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집중 육성' 방침을 담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정부의 방안에도 은행권은 여전히 망설이는 분위기입니다. KB국민은행의 진출 이후 다른 은행들도 별도의 신고 없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하곤 답보 상태입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제휴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한 정도입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60% 점유율 제한 법안이 통과하게 되면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굳이 뛰어들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은 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에도 지정되는 등 새로운 비이자이익 수입원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통신사·금융권 점유율 60% 규제' 우려로 은행들이 고민에 빠진 분위기이다.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