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출 놓고 금융위-금감원 또 엇박자

입력 : 2025-02-20 오후 2:31:17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올해 정책대출 공급 규모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가계 대출 관리를 위해 올해 가계부채를 명목 경제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인데, 이렇게 되면 정책대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금융위는 정책대출 규모를 작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내놓겠다는 입장이어서 시장에 혼선이 예상됩니다. 
 
이달 말 정책대출 규모 발표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딤돌 대출 등 올해 정책대출 공급 규모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책대출 공급 규모에 대해 "(부처 간) 지난해 수준 정도로 얘기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정책대출 공급 규모는 신생아 특례대출 10조원을 포함해 약 55조원 수준이었습니다. 보통 한해 정책대출은 연초 정해지는데, 올해는 금융위와 국토부 사이에 협의가 늘어지며 지연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책대출 규모가 작년과 유사한 50조원 이상의 대규모 정책 자금이 대출 시장에 풀리게 되면 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올해도 가계부채가 명목 경제성장률 이내로 관리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도 은행 정책자금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내 쏠림 현상을 유발하고 있고 은행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부 전망치 기준으로 올해 경상성장률은 3.8%로, 지난해 5.9%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 한도는 60조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은행은 정책대출 상환액 등을 감안하면 자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40조원 정도로 묶어야 합니다. 작년 11월까지 은행권 자체 주담대 증가액이 33조원 수준인 점을 생각하면 올해 작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가계부채 억제책을 써야만 목표 내에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대출은 그간 꾸준히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정책대출은 은행 자체 재원으로 공급돼 취급 후 일정 한도 내에서 기금이 일부 이차 보전 해주는 구조입니다. 은행의 금리 역마진을 정부가 일부 보조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차주 입장에선 요건만 된다면 정책대출이 일반대출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가계신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총액은 1795조809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액(주담대)은 1112조1295억원으로 전체의 61.9%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주담대 중 정책대출은 230조3269억원으로 20.71%에 달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책대출 공급 규모에 대해서 "이달 중 어느 정도의 방향, 내용을 얘기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처 간에) 지난해 수준 정도로 얘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 뉴시스)
 
은행권, 당국 입장차에 혼란
 
올해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는 정책대출 규모가 결정되면 금융당국과 은행 간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됩니다.
 
은행권은 정책대출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견 충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정부가 작년 수준의 정책대출을 풀게 되면 은행의 영업 제약은 커지는데 가계대출 관리 압박 기조는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증가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책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올해도 정책대출이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결정되면 은행 자체 주담대 상품은 늘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금감원은 올해 가계대출 옥죄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경상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올해는 작년처럼 특정 기간에 가계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월별, 분기별 자금 수요를 고려해 쏠림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국의 거센 압박에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발표한 '2025년 1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40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00억원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견 차이가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정책대출 규모는 그대로에 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 은행의 가계대출 심사가 더욱 어려워져 결국 차주들이 감당하게 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면 대출 문턱이 다시금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가계대출 문턱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이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일관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40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00억원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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