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앞세워 전 세계 흔들기…매드맨 전략 끝엔 '대미투자'

트럼프, 하루 만에 '관세 시계' 바꿔
"자동차·반도체 관세, 한 달내 발표"
'홍수 전략'에 전 세계 롤러코스터

입력 : 2025-02-20 오후 5:31:4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관련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한 달 안에 또는 그보다 일찍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전날 오는 4월2일께 발표할 것으로 예고했지만, 이보다 더 빨리 발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인데요. 하루 만에 관세 부과 시점을 바꾸면서 전 세계를 또다시 뒤흔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앞세운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자동차·반도체 관세, 한 달 후 또는 그보다 일찍 발표"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다음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미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마도 4월2일에 말씀드릴 것 같은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25% 그 수준"이라며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25%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하루 만에 관세 부과 시점을 바꾼 것으로, 당초 예고보다 더 빨리 발표된 가능성을 내비친 것입니다.
 
그는 또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간단히 말해 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그들은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관세가 "우리 재정에 수조 달러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관세 수입 덕분에 균형 예산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뒤 관세가 대미 투자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대미 투자 압박용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그는 전날 "그들(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며 각 국 기업·정부를 상대로 협상의 여지도 남겼는데요.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계획을 미리 발표해 부과 시점까지 해외 기업 등이 협상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취임 한 달…속도·물량 '압도적'
 
문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계별로 관세를 올려 각 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점차 높여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결국 관세를 통한 '장사꾼 본색'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전 세계를 들었다놨다 하는 모양새인데요. 각 국의 우려가 깊은 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 달은 1기 때의 5배가 넘는 65건의 행정명령을 쏟아내면서 전례 없는 속도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취임식 당일에만 수십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연방정부 개편, 불법 이민 단속, 관세 폭탄 등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우방국도 예외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엔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간 유예했지만, 대중국 추가 관세는 강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도 25% 관세 폭탄을 예고했으며, 지난 13일엔 '상호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관세 전쟁 다음 '디데이'는 다음달 4일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입니다. 오는 3월4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실행될지, 유예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후 4월에는 상호관세 등 관세 종합세트가 베일을 벗을 전망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1기 때보다 속도와 강도면에서 더 세졌다는 평가가 뒤따르면서 각 국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복귀한 이래 수많은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고, 관세 위협은 더 잦아졌다"며 "트럼프의 위협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어 다른 국가와 기업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전방위적으로 각종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워싱턴을 뒤흔들고 있다"며 "어떤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전에 다른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각계각층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진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