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오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간 기준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기세등등하던 미국 달러화의 위세도 다소 주춤해졌습니다. 다만 글로벌 관세 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통화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는데, 이 경우 환율 변동성이 더 커져 향후 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도 이달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추가 인하는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옵니다.
"2월 금통위, 기준금리 025%p 인하할 것"
금융투자협회가 21일 내놓은 '2025년 3월 채권 시장 지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 채권 전문가들 절반 이상(55%)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달 기준금리 인하를 내다본 비율(40%)에 비해 15%포인트 높아졌는데요. 금투협은 "내수 회복 지연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돼 2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하락에 대한 예상이 직전 조사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전날 '확실한 약속 없는 금리 인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하향 조정하며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달에는 외환시장 우려로 금리 인하를 보류했지만 이번에는 경제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긴축 기조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한국 전망: 2월 금융통화위원회 미리보기'를 내놓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이달 금통위를 시작으로 분기별 25bp씩 금리를 인하해 올해 3분기에는 기준금리를 2.25%까지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3월 금통위 일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금리 인하를 점친 셈입니다.
시장의 전망이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경기 부양'에 있습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실제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끌어내리는 등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기 하방 압력을 상쇄하려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원·달러 환율 1430원대…추가 인하는 '신중'
여기에 그간 기준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됐던 환율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를 싣습니다. 그간 트럼프발 관세 위협으로 기세등등하던 달러화의 위세는 다소 꺾였는데요.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약 한 달 만에 1430원대로 떨어지면서 '킹달러' 흐름이 다소 주춤해졌습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지난 1월 금통위에서 환율 변동성을 근거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을 예고하는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증대해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주장했다"면서 "1월 금통위 이후 환율 변동성이 완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월에는 경기 하방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경기에 대한 우려는 높으며 1월 금리동결의 원인이었던 환율도 여전히 높지만 1430~1440원 부근에서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통화당국의 부담이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 원화 약세에 대한 우려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환율 변동성이 커져 향후 추가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기 힘들다는 게 중론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부양과 미국과 금리 격차 해소라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며 "한국은행 금리인하 가이던스(전망치)는 보수적인 톤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추가 인하에 대해 명확한 약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주된 이유는 외환시장 불안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