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쟁에 증시 롤러코스터

뉴욕증시 등 급락세 진정됐으나 변동성 여전
"주요국과 협상 진전·연준 금리 인하 등 변수"

입력 : 2025-04-08 오후 5:27:23
[뉴스토마토 이보라·김주하 기자]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를 하루 앞둔 가운데,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전 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이어 코스피의 급락세는 진정됐으나 변동성은 여전합니다. 관세 부과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전면 충돌이 예고된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주요국의 협상이 진전되거나 유예 등의 조치가 없는 한 단기적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일보다  6.03포인트(0.26%) 오른 2334.23에 마감했습니다. 장 초반만 해도 2.28% 강세로 출발했으나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로 겨우 상승 마감했습니다. 원달러환율은 전일에 이어 0.60원 올라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73.20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일 동반 패닉세를 보인 아시아 증시는 하락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입니다. 일본 니케이지수가 6.03% 급등한 것을 제외하면, 대만 가권지수가 4% 추가 하락했습니다. 
 
간밤 뉴욕증시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변동성은 여전하다는 시각입니다. 7일 장중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90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불분명한 보도에 증시가 급등했다가 오보로 확인되면서 상승폭을 줄인 것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증시의 절대적 변수라는 점을 방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전 세계 증시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각국에 대한 차등 관세율을 발표한 후 3거래일 동안 다우존스, 나스닥지수는 각각 10%, 11% 급락했습니다. S&P500지수는 2월 고점 대비 17%나 하락했습니다. 국내 증시는 2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이날까지 7.4% 떨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7일엔 한국과 일본에선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7~12% 폭락했습니다.
 
이번 무역 전쟁에선 미국 증시의 하락세도 두드러집니다. 이에 대해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018년과 달리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비싼 데다 지난 7년간 글로벌 자금이 미국 증시로 쏠린 상황이라, 들어가기보다 나갈 자금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관세 부과는 '관세를 때리는 국가'의 물가만 올린다"며 "감세를 통해 미국 국민들이 부담할 세금은 상쇄할 수 있겠지만, 감세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주가지수 전광판에 트럼프 대통령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로 5일부터 전 세계에 기본 관세 10%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25%), 중국(34%) 등에 대한 국가별 상호 관세는 당장 9일부터 적용됩니다. 일본,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이 미국과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문제는 보복관세를 천명한 중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로 으름장을 놓자, 중국 상무부는 "우리는 끝까지 간다"며 맞섰습니다. 양국은 강경 대응 일변도여서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입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통화 절하로 대응할 경우 관세 부과가 촉발한 무역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관세 부과와 관련한 리스크 확산 여부는 중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은 연준의 '파월 풋(Powell put, 증시를 떠받치는 완화정책)'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어떤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는지, 부과되는 관세 수준은 어떠한지, 기한은 있는지, 면제 범위는 있는지 모두 명확하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과거 미 증시가 2거래일 간 10% 이상 급락한 후 시장이 반등한 경우엔 '연준의 유동성 공급 신호'가 있었습니다. 2020년 3월의 팬데믹 위기 당시에도 연준의 제로금리 발표로 시장 분위기가 돌아섰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반등을 위해선 관세 부과와 관련된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협상에 돌입한 일본이나,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EU와의 협상이 유의미한 진전을 보이거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감세를 비롯한 대규모 부양책이 실시되는 시기에 증시도 랠리에 복귀할 것"이라며 "올해 가을쯤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보라·김주하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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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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