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국회와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 피해자들이 홈플러스에 10일까지 김병주 MBK파트너스(이하 MBK) 회장의 사재 출연 및 채무 변제 계획 제출을 촉구했지만 홈플러스와 MBK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각계는 공분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청문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를 형성, 관련 협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11일 김 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사기 정황을 포착했다는 금감원은 검찰과 금융위원회 등과 소통하며 이달 내로 조치를 준비 중입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위원들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와 김 회장을 향해 "사재 출연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10일까지 제시하라"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무위를 비롯해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MBK와 홈플러스의 계획안 제출을 기다렸으나 현재까지 국회나 투자자 등에게 이 같은 계획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이같은 사안에 대해 묻기 위해 MBK 측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문자를 남겼으나 회신이 없었습니다.
야당 "전체회의서 청문회 의결 관철 계획"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무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준현 의원과 김현정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은 기자회견 이후 사재 출연 계획 등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MBK에 대한 청문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무위 여야 간사는 전체회의 날짜와 안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실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MBK 청문회 건이 의결 가능하도록 야당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민국 의원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유상증자 건과 관련해 현안질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여야가 청문회 실시를 합의하면 △증인 채택 여부 △내용 등에 대해서도 논의·의결 과정이 필요합니다. 여야가 지난달 18일 긴급 현안질의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김 회장 출석 의견이 모일 경우 청문회 일주일 전까지 증인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시한 등을 고려해 청문회 날짜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청문회 개최에 대해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11일, 1차로 900억 규모 120여명 고소 계획
이날 MBK·홈플러스의 사재 출연 계획, 변제 계획 발표를 기다렸던 투자자들도 이들의 침묵에 집단행동을 예고했습니다. 홈플러스 전단채 투자자들은 오는 11일 김 회장과 홈플러스의 김광일·조주연 대표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홈플러스 채권 피해자 연대는 이날 "MBK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의 김광일·조주연 대표, 이성진 전무에 대한 집단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소장에 1차로 이름을 올린 투자자들은 법인을 포함해 120여명으로, 피해금액은 약 9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비대위는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채권 피해자들까지 추가로 모집해 2차 200명, 3차 600명을 목표로 계속 고소장을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3일 홈플러스와 MBK 김병주 회장의 구체적인 사재 출연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홈플러스 정상화 방안과 피해자 구제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10일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고소장 제출 전까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김 회장과 홈플러스 대표의 구속수사 촉구, 그리고 자택 앞 시위를 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K·홈플러스 수사망 좁혀가는 금감원
금감원도 홈플러스와 MBK에 대한 조사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검찰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소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자산운용업계 CEO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이미 유의미한 사실 관계가 확인됐다"면서 "검찰, 증선위와 소통하려고 준비 중으로, 절차에 따른 조치를 4월 중에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사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중요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필요한 절차를 검찰, 증선위와 진행할 것"이라며 "사실상 절차가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과정서 홈플러스 해명과는 상반되는 '유의미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1일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MBK와 홈플러스가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을 앞두고 유동화증권의 상거래 채권 취급 입장문 등을 내놓았으나 구체성이 부족해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신용평가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 기업회생 신청 경위 및 신청 등에 대해 해명과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등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금감원은 홈플러스의 회계처리 위반 가능성을 인지, 강제성 있는 감리 조사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MBK-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관련 야3당 정무위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