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격'에 트럼프 '후퇴'

트럼프 125%·시진핑 84%…미·중, 관세전쟁 격화
한국 등 다른 국가 90일간 '유예'…중국만 '제외'
금융시장 혼란·반미 연대 조짐에 전략적 후퇴

입력 : 2025-04-10 오후 4:59:4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세계 양대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면전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에만 미국이 두 차례, 중국이 한 차례 상대국을 향한 관세율을 올리면서 미국의 대중 관세는 125%, 중국의 대미 관세는 84%에 달하게 됐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중국과 기타 국가들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결국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전면 발효한 지 약 13시간 만에 방향을 선회한 것은 무차별적 관세 폭격으로 미 주식·국채 등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로 자국 내 비판 여론이 확산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우호세력 결집에 나선 중국의 움직임에 맞서, 미국 역시 동맹국 결집에 나서기 위한 전략적 후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막장 치닫는 미·중 관세 난타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중국은 세계 시장을 무시해 왔다"며 "이에 나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125%로 올리는 조치를 즉시 발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 언젠가는, 중국도 미국 및 다른 국가들을 착취하는 시대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반대로 (중국을 제외한) 75개국 이상은 상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 미 정부와 통화해서 무역 및 무역 장벽, 관세, 환율 조작,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협상하고자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는 내가 강력히 권고한 바와 같이 미국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하지 않았다"며 "이 사실에 근거해 나는 (이들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기간 동안엔 상호관세율이 실질적으로 낮아진 10%의 관세가 즉시 발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교역국에 '10%+알파(α)'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지난 5일 10%의 기본관세를 먼저 발효한 뒤 9일 자정 직후부터는 국가별 관세·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α'의 추가 징벌적 관세를 발효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전면 발효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기본관세 10%만 적용하고, 추가 징벌적 관세 부과는 석 달 동안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다만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은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재보복'으로 응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50%의 추가 관세를 붙여 대중 관세를 총 104%로 만든 바 있습니다. 이에 중국은 보복 조치로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해 대미 관세를 총 84%로 올렸습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조치가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또 실드인공지능(AI) 등 미국 기술기업 6곳을 제재 목록에 올리는 등 미국과의 통상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위안화 평가 절하로 맞섰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4% 올린 7.2066위안으로 고시했는데, 이는 2023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위안화 환율이 7.2위안대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처음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 환율이 7.2위안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 왔는데, 이를 허문 것입니다. 관세에 이어 환율전쟁의 방아쇠도 당긴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장 의식한 트럼프…'우군 확보' 중국 움직임에 전략 선회
 
중국의 거센 반격에 미국이 전략적 후퇴를 결정한 것은 우선 시장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상호관세가 발표된 후 전 세계의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하고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미 국채, 금까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경기침체 위기론이 커졌습니다.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시장을 의식한 듯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의 강도는 낮춘 배경에는 최근 미 국채시장의 불안 신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실제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최근 투매가 발생하면서 금리가 폭등했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는 지난 4일 4.422%에서 전날 4.777%로 35.5bp(1bp=0.01%포인트) 올랐고,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29.5bp 상승했습니다. 단기간에 미국 국채의 투매가 확대되면서 2022년 영국 국채 불안이 금융시장 위기로 번질 뻔했던 사례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폭탄에 유럽과 중국이 밀착하는 등 전략적 연대 조짐이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주변국과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공급망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전 세계 경제 규모 2위인 중국과 3위인 유럽연합(EU)이 연대 가능성을 보이자 미국 역시 경제 동맹을 활용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라는 평가입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은행협회(ABA) 콘퍼런스'에서 "70개국 이상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이 타결된 후에는 중국을 상대로 공동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 미국의 중국 고립주의 강화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중 관세 추가 인상에 대해 "우리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 친구이고, 나는 그를 좋아하며 존경한다"며 협상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과 선언문에 서명하며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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