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가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 중입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6 뉴욕 국제 오토쇼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무뇨스 CEO는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기존에 이용하던 호르무즈 해협 통과 항로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경로로 선박을 전환했다”며 “이로 인해 리드타임(조달 기간)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유연한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지금까지는 생산을 대체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차는 우회 항로로 인한 조달 기간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부품 재고를 기존보다 늘려 확보해두고 있습니다. 미·이란 간 휴전 합의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정상적인 물류 흐름이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희망봉 우회 운항을 유지할 방침입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충격에 대비해 재고를 더 많이 쌓아두는 방식으로 체질을 바꿔왔습니다. 무뇨스는 “공급망 관련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는 기존 연 1회 정도 열렸지만, 이젠 거의 매주 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고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생산 능력을 활용하려 한다”면서도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은 처음"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울산 공장에서 12개 모델,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10개 모델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체계가 이번 위기 국면에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 유럽으로 부품을 운송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 중입니다. 현지 조달 확대와 생산 거점 다변화를 통해 특정 해상 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현대차는 인도 생산 역량 확대와 중국 사업 재편도 병행 추진하며 권역별로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무뇨스는 “세계화는 끝났다. 완전히 끝났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현대차의 공급망 전략이 기존 글로벌 분업 체제에서 지역별 현지 조달 체제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는 생산 능력을 현재보다 30만대 늘려 2030년까지 연간 120만대로 확대하고, 공급망의 80%를 미국 내 현지화할 방침입니다. 또한 유럽에서도 한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조달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