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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소재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이하 SKIET)가 과거 차입한 외화장기차입금의 재무약정을 지키지 못해 위기에 봉착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재무수준을 유지할 것을 원칙으로 하는 해당 약정을 지난해 1월에 이어 또다시 이를 어기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대주단으로부터 또 한번 '적용유예(Waiver)'를 끌어내며 가까스로 4500억원대 차입금의 강제 상환 위기를 넘겼지만, 재무약정 기준인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이 지난 1월 대비 더욱 악화되며 향후에도 재무약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재무약정 적용유예를 받는 것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SKIET 폴란드 분리막 공장 전경.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재무약정 미준수로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최근 국제금융공사(IFC) 등으로부터 빌린 외화장기차입금의 재무 준수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해 1월에 이어 두번째 적용유예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SKIET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무약정 위반이 또 발생한 것은 맞다"면서도 "계약 기간이나 재무약정 기준 등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SKIET의 사업보고서에서도 해당 재무약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지배기업과 대주단과의 약정에 따라, 연결실체는 매 보고기간말 현재 일정 수준의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 EBITDA 등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약정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적 악화가 재무약정 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IET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024년 -134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44억원에 머물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은 -11.9배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4년 -10.5배보다도 악화된 수치로, 채권단과의 약정 기준으로 예상되는 수준과 크게 괴리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재무약정 위반을 심각한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간주하고 있다.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 채권자는 계약에 따라 대출 원리금 전액에 대한 즉각적인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에 재무약정 위반 사유가 발생한 차입금 규모는 회사의 감당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약정 미준수와 관련된 외화장기차입금은 △IFC 시설자금대출 3140억원 △Bank Pekao S.A. 시설자금대출 428억원 △PKO Bank Polski 시설자금대출 745억원 등 총 4513억원에 달한다.
이는 SKIET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 4090억원을 수백억원 이상 웃도는 규모다. 대주단 설득으로 '일회적인 적용유예(Waiver)' 공문을 수령했지만, 실적 반등과 차입금 감소 등이 계속해서 이뤄지지 않아 약정을 지속해서 위반할 경우 이는 또다시 주요 재무리스크로 떠오를 전망이다.
영업·투자 현금 유출 지속…빚내서 버티는 '악순환' 반복
SKIET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데는 본업에서의 부진과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약 24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2910억원) 대비 적자 폭이 일부 감소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금흐름 역시 매우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34억원을 기록했으며 투자활동현금흐름 역시 -1150억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현금유출세가 지속됐다. 회사는 영업과 투자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금유출을 재무활동을 통해 막고 있다. 지난해 SKIET의 재무활동현금흐름은 3832억원 유입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4년(1478억원) 대비 무려 159.3% 증가한 수치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가 SKIET의 재무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단이 부여한 유예 기간 안에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증명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적용 유예 얻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입금 구조조항 미준수 사실은 향후 신용등급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조달 금리가 급등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신규 자금 조달마저 막히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IET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조와 품질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해 나갈 예정이며 고정비를 절감해 손익 개선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SKIET의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A(부정적) 전망은 향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IET가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주요 하향 요인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신용등급 강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