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우리자산운용, ELF 투자손실 배상책임

소멸시효 길게 봐야 10월에 완료, 소송 서둘러야

입력 : 2011-09-06 오후 5:19:26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우리자산운용이 펀드 운용사를 임의로 바꾸었다가 손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길게 잡아도 10월 10일 이전에 완료될 것으로 보여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투자 피해자들은 소송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5부(노태악 부장판사)는 지난 2007년 6월 우리자산운용의 주가연계펀드(ELF)에 투자했다가 2008년 9월 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투자금을 모두 날린 강모씨 등 214명이 우리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낸 투자금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50억 여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 핵심 쟁점 두 가지 중 손해배상책임 인정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재판부는 일단 '계약을 소급해서 해제하고 원금을 전부 돌려달라'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투자신탁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만큼 사후적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를 배상받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즉, 계약 자체를 해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쟁점이었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원고들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운용사가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장외파생상품 거래 상대방을 임의로 바꾸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이 같은 상대방 변경은 자산운용사의 재량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2007년 6월 우리자산운용이 내놓은 ELF인 '우리투스타파생상품 KW-8호'는 당초 BNP파리바에서 발행하는 장외파생상품(ELS)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우리자산운용이 펀드가입자들의 허락없이 임의로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ELS로 변경한 것이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ELS는 2008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우리자산운용이 원래 투자설명서에 명시했던 BNP파리바가 발행한 ELS는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2010년 6월22일 만기가 도래했다.
 
재판부는 BNP파리바의 ELS 만기 시점의 수익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했다. 즉 리머브러더스의 ELS로 교체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BNP파리바의 ELS를 유지했을 경우 만기에 얻을 수 있는 원금과 수익이 손해액이라는 것이다.
 
◇ 서로 다른 판결, 그러나 사실상 첫 판결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강모씨 등 52명이 우리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도 우리자산운용은 대법원 판결을 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판결이 심리불속행이었다는 점이다. 심리불속행은 항소심 재판부의 법적 판단에 대해 다투지 않을 경우 대법원이 소송을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을 바꾸어서 보면, 당시 원고측이 쟁점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제대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투자금 반환을 주로 다투었을 뿐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다투지 않았다.
 
그 결과 이번 사건을 맡았던 서울고법 민사5부는 심리불속행으로 끝난 대법원 판결에 얽매이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2심 판결로는 사실상 첫 판단이 나온 셈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펀드 판매사의 임의적인 상품변경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되는 것이다.
 
◇ 문제는 소멸시효, 길어야 10월 10일쯤 완료
 
문제는 소멸시효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손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다. 즉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지 3년이 지나면 소송을 제기해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신아법무법인의 이종수 변호사는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다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15일을 기준으로 하면 이번달 15일에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자료로 보면 판매사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올린 2008년 9월18일 혹은 우리은행이 공문을 발송한 10월6일이 소멸시효 완성 시점이 될 수도 있다"며 "어쨌든 길게 잡아도 우리은행이 발송한 공문이 도착했다고 볼 수 있는 10월10일쯤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한 달 정도 남아 있는 셈이다.
 
◇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피해자는? 
 
2007년 6월 우리자산운용이 판매한 ELF인 '우리투스타파생상품 KW-8호'는 총 980여 명에게 284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소송절차가 완료된 투자자가 52명이고, 이번에 승소한 투자자는 214명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 변론을 맡았던 신아법무법인의 이종수가 변호사가 진행중인 별도의 소송이 2개가 있다. 여기에는 총 130여명이 있다.
 
결국 980여명 가운데 소송을 마쳤거나 진행중인 투자자는 총 400명에 약간 모자란다. 나머지 580여명이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다.
 
이 변호사는 "소송에 대한 부담이 있겠지만, 소멸시효를 고려한다면 일단 소송을 제기해 놓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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