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이 낸 건강보험재정 통합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과 관련,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불편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달 5일 임명된 김 이사장은 전통적인 건강보험 분리주의자로 통한다. 이번 사건에서 건강보험재정 통합 유지를 주장해야 하는 공단측의 반대 입장에 서왔다.
김 이사장은 2009년, 경 회장의 저서 출판기념 초청강연회에서 경 회장 등이 낸 위헌확인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다"라고 단언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이 쪼개져야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가칭) '건강보험 자치권 회복 운동본부'를 만들어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결을 견인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김 이사장의 이같은 '건강보험 분리 철학'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 이사장은 청와대 파견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1989년, 국회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의료보험통합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 냈다.
또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는 건강보험 통합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다가 직권면직되기도 했다.
이같은 이력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김 이사장을 임명했을 때 건강보험공단 노조를 비롯해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여러 단체들이 김 이사장의 임명을 강력히 반대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건강보험 분리 주의자인 김 이사장을 내세워 의료민영화를 도모한다는 주장도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최근 취임사에서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건보통합 전인)1992~1995년에는 준비금 적립률이 100% 이상이어서 준비금을 보험급여 혜택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며 "그러나 통합 후부터 준비금이 급감해 보험재정이 파탄났다"고 말했다
이런 김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일부터 1인 릴레이시위에 들어갔는가 하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5일 1인시위에 참여했다.
또 6일에는 진보성향의 의약사 단체들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행동하는한약사회, 한의계진료모임 길벗 등 의약사단체와 노동건강연대 등이 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번 헌법소원에서 건강보험통합의 근거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에 대해 위헌결정이 나면 공단은 지역자와 직장 가입자로 분리된다. 김 이사장의 신념대로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의 통합의지가 확고한 데다, 건강보험공단의 수장으로서 공단을 쪼갰다는 불명예 역시 감당하기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