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직선제..변호사들 시험대 올라

서울변호사회 영향력 소멸 여부 관심

입력 : 2011-12-12 오후 3:42:3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한변호사협회장 직선제가 최종 확정됐다.
 
대한변협(회장 신영무)은 12일 오전 전국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회칙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2013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포함한 약 1만5000명의 전국 변호사들이 변호사 단체의 수장인 변협회장을 직접 뽑게 된다. 변협회장 직선제는 1949년 11월7일 변호사법이 공포되고 변협이 창설된 지 50여년만에 처음 실시되는 것이다.
 
◇50년만에 첫 직선제 실시
 
지금까지는 각 지방변호사회가 추천하는 후보들 가운데 대의원들이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을 택했다. 때문에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추천 후보가 회장으로 선출되는 게 관례였으나 이번 회칙 개정안 확정으로 이같은 관례는 없어지게 됐다.
 
이번 임시총회를 앞두고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오욱환)는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왔다.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의 총의를 확인하는 절차 없이 직선제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 핵심이었다. 서울변호사회는 우리나라에서 변호사 가운데 절대 다수인 73%를 소속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변호사회는 메일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변협의 직선제 회칙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소속 변호사들에게 전했으며, 이와 함께 ‘대한변협 회칙 개정의 문제점’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했다. 또 앞서서는 변협 직선제의 타당성을 묻는 설문메일을 소속변호사들에게 보내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했다.
 
◇서울변호사회, 직선제 통과 저지 실패
 
서울변호사회는 임시총회 당일 날에도 변협회칙 개정안의 절차·내용상 문제점 등을 요약정리한 자료를 배포하며 마지막 저지에 나섰으나 직선제 회칙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했다.
 
변협 최고 의결기관인 총회 설치 및 구성 면에서 회원들의 무기명으로 선출되는 대의원 총수를 '500인 이내'이던 것을 400인 이상 500인 이내로 수정한 것과 선출직 대의원 중 지방회 소속 회원수 비율을 7할에서 8할로 수정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변협회장 직선제 선출안 확정으로 앞으로의 변협 선거 풍속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변협회장으로 나서는 후보들은 서울 변호사들로부터만 표심을 얻어서는 안 되게 됐다. 물론 서울에 변호사들이 가장 많지만, 지방변호사회가 연대해 후보를 내놓고 이 후보가 서울에서도 바람을 일으킨다면 낙승을 장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서울 출신 '잠룡'들 타격 적지 않을 듯
 
게다가 대한변협회장 선거는 서울변호사회 선거와는 달리 경력이나 나이 제한이 없어 서울에서 여러 후보가 나올 경우엔 '제 살 깎기'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재야법조계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변협회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른바 ‘잠룡’들은 이번 직선제 회칙안 통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선거 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집행부가 구성된 지난해 선거까지는 서울변호사회 후보로 등록되는 것이 관건이었기 때문에 서울변호사회 회장 선거와 거의 일정이 같았다.
 
물론 서울회장 선거일이 있는 서울변호사회 총회 때 변협회장 후보로 등록된 다음 약 한달 뒤 변협회장 선거가 있었지만 이 기간 동안의 선거운동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서울변호사회는 2009년 5월 2개월이던 선거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예산과 인력 낭비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1개월로 줄였었다. 이에 따라 변협회장의 직접적인 선거운동도 사실상 한 달 안에 끝났었다.
 
그러나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한 달이라는 선거운동기간은 후보자나 전국 14개 지역 유권자들에게 다소 짧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에 13개 지방회를 두고 있는 법무사회의 경우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면서 약 한 달 반 정도를 선거운동 기간으로 두고 있다. 변협 측은 곧 열릴 정기총회에서 세부적인 선거기간과 절차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과열·혼탁 선거 후유증 우려도
 
직선제가 되면서 필요적으로 수반되는 후유증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이 후보난립 문제다. 2013년 변협회장 선거는 직선제 이후 첫 선거로 서울회는 물론 각 지방회에서도 적지 않은 후보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가 난립하게 되면 선거가 과열되고 이 과정에서 흑색선전과 비용 낭비가 자연히 수반되게 된다.
 
지난 서울변호사회 회장 선거에는 무려 7명의 후보가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흑색선전 및 선거과열 양상으로 선거들이 서로 상대후보를 사전선거운동이나 선거규칙 위반으로 고발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
 
이번 직선제 회칙 개정안의 확정은 민간 법률가 단체의 수장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첫 사례의 시작일 뿐 아니라, 법을 수호하고 정의를 지키는 직무를 가진 법률가들이 얼마나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것인지에 대한 첫 시험대로서의 의미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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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