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누구나 한번쯤 물건을 사거나 병원에 갔을 때 억울하거나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아는 수밖에 없다. 알아야 손해보지 않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와 사업자간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했다. 분쟁 당사자간에 분쟁해결 방법에 관한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나 권고의 기준이 된다. 이에 알기 쉬운 사례와 설명을 통해 소비자들이 기업 등의 사업체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필리핀으로 이민을 갔던 김 아무개씨는 불과 1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민 후 두 달간은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두고 부유한 생활을 누리며 꿈 같은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민 대행업체에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았다. 집세가 월 60만원인 집을 160만원에 계약했고, 차량 구입비는 200만원 이상 바가지를 썼다. 무상으로 입학시킬 수 있었던 자녀의 학교 입학에도 수수료만 200만원을 지불했다. 1년간 수입 없이 돈만 쓰다가 김씨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미국, 호주 등으로 해외이민을 결심했지만 이민대행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하거나 대행업체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경우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민대행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 건수는 2006년(123건), 2007년(165건), 2008년(100건), 2009년(126건)으로 조사됐다.
물론 캐나다 해외취업이나 미국 투자이민에 성공한 경우도 많다. 해당 국가의 취업비자 또는 영주권을 취득해 자녀교육을 안정적으로 시키고 한국과 달리 여유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민은 이민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법적인 근거가 확실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법적인 부분에 취약한 업체에 의뢰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법적인 완비를 위해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민대행서비스업분야에서 소비자 피해 방지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민대행서비스업 표준약관'을 제정·보급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해외이민을 준비할 때 관련 정보를 획득 및 이민서류 접수 대행을 위해 대부분 이민대행업체를 이용하는데, 일부 업체들이 수수료를 돌려주지 않는 등 부당한 계약 횡포로 인해 매년 100여건 이상의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약관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민 수속 기간을 명시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대행업무의 범위와 절차가 구체적으로 명시화된다. 또 신청인의 계약 해지에 따른 합리적 위약금 산정기준을 마련해 ▲대행업체의 고의나 과실이 있으면 신청인이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표준약관은 지난해 7월 한국해외이주협회가 심사청구한 표준약관안을 토대로 외교통상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의 의견 수렴과 약관심사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만들어졌다. 물론 이민 사업자나 고객이 통제할 수 없는 이민국 현지 상황도 반영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이민 희망자의 대부분이 이민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민사기를 당해왔지만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대행업체에 의뢰하면 안전하게 이민 수속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이민을 준비할때 이민대행업체가 공정위 표준약관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똑똑한 소비자로서 첫번째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