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정당의 눈물겨운 '死鬪', "1석을 쟁취하라"

창조한국당·진보신당·녹색당·청년당 등 분투

입력 : 2012-04-04 오후 1:54:43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1석을 쟁취하라!"
 
4.11총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대 정당들에 가려있는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녹색당, 청년당 등 군소정당들은 저마다 당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1명 이상을 당선시키거나 정당 득표율 2%를 획득하지 못할 경우 당을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비례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3%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녹록치 않다. 선거구도가 현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진영의 양자대결로 짜여지면서 틈새시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제3세력 구축에 실패한 창조한국당
 
창조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3명, 비례대표 4명을 후보로 출마시켰다. 이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지역구 12명, 비례대표 12명과 비교하면 각각 1/4, 1/3로 줄어든 수치다.
 
더구나 18대 총선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5.8%의 득표를 기록한 문국현 상임고문이라는 인지도 높은 후보가 있었고, 문 고문은 은평을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거물인 이재오 의원을 11%가 넘는 차이로 이기고 국회에 입성했다. 정당득표율도 3.8%를 기록해 비례대표 2명을 배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기호 5번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암울한 상황이다. 당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던 문 고문은 선거법 위반으로 오래전에 의원직을 상실해 휴지기에 들어갔고, 현역 의원인 선경식 대표권한대행과 이용경 의원은 지역구 출마를 포기했다.
 
더구나 지역구에 출마한 3명의 후보도 인지도가 현격히 떨어져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당 득표의 경우에도 여러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1%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태로 가면 이번 총선이 끝나면 당을 해산해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3%의 벽을 넘어라..거제에 희망을 거는 진보신당 
 
야권연대에 불참하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진보신당도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우선 당의 간판 선수들이었던 심상정, 노회찬, 조승수 전 의원이 모두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 당세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23명, 비례대표로 7명의 후보를 내세웠다. 이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총 34명의 지역구 후보를 내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2/3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지역구 후보가 적은 만큼 정당 득표도 비례해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역구 후보가 줄어든 만큼 정당 득표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진보신당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2.94%를 기록해 아깝게 국회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명도 높은 심상정, 노회찬, 조승수 등 대중적 정치인들이 통합진보당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과연 2.94%의 득표율을 넘어서서 비례대표를 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례대표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진보신당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당을 알리고 득표를 올릴 수 있는 길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이에 진보신당은 지난달 27일 비례후보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장 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득표를 올리기 위한 선거운동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호도 16번을 배정받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진보신당은 경남 거제에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김한주 후보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최근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진성진, 무소속의 김한표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신선한 시도, 녹색당과 청년당의 미래는?
 
이번 4.11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속속 창당됐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정당이 녹색당과 청년당이다.
 
녹색당은 당명에서도 나타나듯이 환경과 생태주의를 기치로 내건 정당이다. 그래서 지역구 보도 원전이 있는 지역에 출마했다. 6기의 핵발전소가 있는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구에는 핵발전소 반대투쟁을 이끈 여성 농민 박혜령씨가 나섰고,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부산환경운동연합 대표를 지낸 구자상씨가 출마했다. 비례대표 후보 3명도 환경운동과 동물보호운동가들이 선정됐다.
 
기호 11번을 받고 정당 득표율 3%를 향해 뛰고 있다.
 
녹색당과 비슷한 규모의 정당으로는 청년당도 있다. 청년당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대학원 원장을 지지하는 청년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2명, 부산 1명 등 총 3명의 지역구 후보를 출전시켰다. 비례대표 후보는 4명이다.
 
진보신당 바로 뒷번호인 기호 17번을 달고 총선 표밭을 갈고 있는 청년당은 당명에서 알 수 있듯이 20대와 30대들이 만든 정당이다.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주축이 되고, 여기에 뜻을 함께 하는 청년들이 합류해 만든 온라인 정당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않다.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 그리고 야권의 중심축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양강 구도 속에서 군소정당의 사투는 그야말로 눈물겹다. 사실상 단 한 석을 목표로 뛰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들 군소정당들이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년당, 녹색당, 진보신당은 4일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양당이 청년당, 녹색당, 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이 출마한 지역에서 ‘야권단일 후보’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일 뿐만 아니라, 정치 도의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행태를 계속한다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개혁과 진보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두 당만의 단일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라면, 청년당, 녹색당, 진보신당은 여권이란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거대정당들의 물량공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작은 정당들의 후보들에게 그 타격은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하다" 호소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군소정당들에게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계속 자신들이 내세운 가치를 위해 정당을 유지하며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당을 해산하고 다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할지는 4월11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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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