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의 진술조서가 가명으로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원진술자가 자신의 진술임을 확인했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공갈 및 협박,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하모씨(42)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협박죄만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이어야 하고 여기서 적법한 절차와 방식이라 함은 피의자 또는 제3자에 대한 조서 작성 과정에서 지켜야 할 진술거부권의 고지 등 형사소송법이 정한 제반절차를 준수하고 조서의 작성방식에도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조서에 진술자의 실명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해 그대로 밝혀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다"며 "진술자와 피고인의 관계, 범죄의 종류, 진술자 보호의 필요성 등 여러 사정으로 볼 때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가명으로 성명을 기재해 작성한 조서라는 이유만으로 그 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이같은 요건이 모두 갖춰진 이상 증거능력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진술조서에 대해 그 진술인들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성립 및 내용의 진정을 인정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기재 내용에 관해 반대신문을 할 수 있었다는 사정과 관계없이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씨는 대구 달성군 지역의 상가 조성지구 주민생계조합장을 맡고 있으면서 회의 중 발언을 하려는 조합원에게 흉기로 찌르겠다는 등의 협박을 하고, 조직폭력배인 동생을 시켜 조성공사에 투입된 덤프트럭 운전사들을 상대로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수입을 갈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인 덤프트럭 운전사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가명으로 진술조서를 작성하게 했으나 본인들이 직접 진술을 확인한 뒤 서명했다. 1,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의 진술조서가 증거능력이 없다며 협박죄만 유죄로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