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회사 노동조합이 사측의 징계 등으로 일시 와해된 뒤 새로운 노조가 결성되었더라도 그 노조 결성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면 사측은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먼저 결성된 노조의 단체교섭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전국금속노동조합(전금노)이 시그네틱스(주)를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낙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단체교섭에 응낙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시그네틱스는 경영난으로 서울에 있는 공장을 처분하고 안산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던 중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인사발령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모두를 징계해고했다.
이후 조합원들은 대부분 순차로 복직했는데, 2001년 전금노로부터 '서울지부 시그네틱스 지회'로 설립을 승인받은 시그네틱스 노조 임원이 모두 해고됐다는 이유로 노조원 이모씨가 전금노에 임원선출 등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에 전금노는 지회장이 유고상태가 아니므로 임시총회 개최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씨가 반조합적 행위 등으로 제명처분을 당했다는 이유로 이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씨는 임시총회를 강행해 2003년 6월 지회장으로 선출된 뒤 노조를 '서울지부 시그네틱스 지회'에서 '한국시그네틱스 노동조합'으로 변경하고 안산시에 노조설립을 신고했다.
이후 전금노는 조합원의 인사와 고용보장, 노사문제 해결 등을 내용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시그네틱스는 이씨가 설립한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왔으므로 먼저 결성된 '서울지부 시그네틱스 지회'를 통한 단체교섭에는 응낙할 수 없다며 거절했고 이에 전금노가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이씨가 개최한 임시총회는 조합원 143명 중 52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으므로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조합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이기 때문에 시그네틱스는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전금노의 단체교섭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요구에 응낙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임시총회 개최를 강행한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임원 선임을 위한 의사정족수에도 미달하여 무효이고, 이런 이유로 지회장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씨가 소집해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변경하기로 한 결의도 무효"라며 "복수노조를 이유로 단체교섭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