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송·수신이 완료되어 저장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열어보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자신이 업무상 보관하고 있는 고객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열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박모씨(42)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감청은 다른 사람의 대화나 통신 내용을 몰래 엿듣는 행위를 의미하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이란 그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을 지득하는 등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을 청취·공독하여 지득 또는 채록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박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출모집업체 대표인 박씨는 2009년 2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회사 컴퓨터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개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2만8811건을 USB에 저장한 뒤 자신의 개인 컴퓨터에서 무단 열람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고객들의 동의 없이 통신의 내용을 지득할 수 있다는 인식 즉 적어도 감청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유죄를 인정해 박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전기통신에 해당되므로 감청의 대상에 해당하나 이미 송수신이 완료된 문자메시지는 현재성이 없으므로 감청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