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을 떠났지만 피해자 부상이 경미하고 자신의 차량을 현장에 둔 다음 곧바로 사람을 보내 연락을 취할수 있도록 조치했다면 '뺑소니'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교통사고를 낸 뒤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차모씨(61)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차씨가 술을 마신상태로 사고를 낸 후 현장을 떠났으나 음주 정도가 단속수치에 이르지 않았고 10분 정도 지나 처가 현장에 도착한 점, 피해자의 상해가 경미한 상태로 피해자 자신도 구호조치를 요청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차씨 자신도 자신의 차량에 불을 켜고 시동을 걸어 놓은 상태에서 현장을 이탈한 점, 사고 후 단시간 내에 경찰서에 출두해 사고 낸 것을 시인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차씨가 사고 당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차씨가 사고 당시 술을 마신상태로 사고현장을 벗어났다는 점만을 인정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도주차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옵티마 승용차를 몰고 서울 면목동 편도 2차로를 달리다가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한 탓에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유모씨의 택시 조수석 뒤 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유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으나 경미한 상태였고 유씨 역시 차씨에게 별다른 구호조치를 요청하지 않았지만 차씨는 사고 후 현장을 떠났다가 도주차량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