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낸 뒤 의식불명..영장없이 채혈했다면 무죄

입력 : 2012-11-21 오전 7:32:0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후송된 운전자로부터 영장 없이 채혈한 경우 음주상태가 확인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긴급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제채혈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대법원이 최초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혐의(음주운전)로 기소된 김모씨(59)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인 경우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한 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사후에 지체 없이 강제채혈에 의한 압수 사유 등을 기재한 영장청구서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낸 뒤 의식을 잃은 채 응급 후송된 지 약 1시간 후 피고인의 아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이 없는 피고인으로부터 채혈한 것은 법관의 영장 없이 이뤄진 것으로 위법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자백 외에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식당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광명시 철산동의 한 도로를 달리다가 앞에 가던 차량 후미를 들이받고 정신을 잃었다. 김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김씨의 아들의 동의를 받아 김씨의 혈액을 채취한 뒤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김씨는 사고당시 혈중알콜농도 0.211%로 나타났으며, 곧바로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혈액 채취가 김씨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법관의 영장 없이 이뤄졌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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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