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위험 회피(헷지) 차원에서 변동성 활용 상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한국경제의 변동성과 금융자본시장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 변동성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 연구위원은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금융위기 이후 하락하고 있는 추세지만 중요한 것은 수치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며 "일시적 변동이 닥쳤을 때 이를 잘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일시적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으로는 정보 비대칭을 축소하는 일이 제시됐다. 자본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정보에 기반하지 않은 투자 행태에서 나온다는 인식에서다.
남길남 연구위원은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회사채 등에 대한 신용평가 정보를 강화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외환 시장의 경우 거시 건전성을 강화하고 대외 신임도를 제고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 장치가 마련된 후에는 변동성 관리 상품을 도입해 위기 시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남 연구위원은 "V코스피 선물 등 변동성 관련 금융투자상품이 시장에 소개돼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은 선물 상품을 통해 주식 변동성을 직접 헷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유·석유 파생상품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내 시장에서 원유와 석유가격의 변동성을 헷지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남길남 연구위원은 "한국 원유 수입의 85%를 차지하는 두바이유에 대한 헷지 수단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국에서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새로운 파생상품을 도입하는 일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정재만 숭실대 교수는 "두바이유 관련 파생상품의 경우 우리나라에 과연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재 선물 상품 중에도 거래가 안되는 것들이 많은데 굳이 종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세미나 참석자도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과도한 파생상품 남발로 터졌다는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며 "아직도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파생상품을 투입하는 일이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