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기업의 합병 소식이 연이어 신문과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 소식이 있었구요. 이번 달에도 굵직한 합병 이슈가 벌써 2건이나 나왔습니다. 지난 8일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흡수 합병키로 결정했고, 며칠 전(20일)에는 SK와 SK C&C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SK그룹이 '옥상옥' 지배구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죠.
다들 아시겠지만, 합병은 해당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고,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주주들의 이익과도 연결돼있구요. 당연히 소액주주들 중에는 합병을 반대하는 쪽도 있을텐데요. 이렇게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주식매수청구권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관련 기사에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같은 개념인데요. 회사가 합병이나 영업 양수도 사항같은 경영상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합병이 강행됐을 때 시너지 효과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한 주주가 있다면,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할 겁니다. 이 때문에 회사에 '합병 후엔 분명 주가가 떨어질거다, 그러니까 내 주식을 정당한 가격에 사달라'고 요구를 하는거죠.
주식매수청구권이 중요한 이유는 합병을 무산시키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합병을 하려는 두 회사는 '만약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우리가 줘야 하는 금액이 얼마 이상이면 합병은 없던 일로 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미리 체결하는데요.
실제로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중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 계약을 취소했는데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금액이 1조6299억원을 기록해 두 회사가 기존에 정한 1조3600억원을 초과했기 때문이죠. 당시 두 기업의 합병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고, 이 때문에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많았던 겁니다.
이혜진 기자(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