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6.2% 국민연금, 왜 신뢰받지 못 하나

기금 고갈론, 연금 중단론으로 왜곡
민간 보험사 중심 잘못된 정보 확산

입력 : 2015-08-02 오후 1:39:47
직장생활 5년차인 A 씨(29·여)는 매달 봉급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떼이고 있다. 정부 정책을 신뢰하는 편이기에 연금 가입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2060년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 탓에 ‘내가 낸 보험료를 원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5.25%(23조326억원),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평균 6.21%(212조4407억원)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투자에 따른 손실도 있었지만, 5.25%는 63개 공공기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수익비(납부액과 수령액의 비율)는 1.8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낸 돈의 80%를 더 받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국민연금은 재정적으로 안정적이고 가입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신은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2060년 기금 고갈론’에 더해 ‘낸 만큼도 못 받는다’는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아고라를 비롯한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국민연금 탈퇴 헌법소원을 위한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연금 불신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연금 중단론’이다. 45년 후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액이 줄어들거나 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다.
 
우선 2060년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현행 기금운용방식(일부 적립방식)과 기여율(보험료율), 급여율(소득대체율), 고령화 추이가 45년간 그대로 유지될 경우를 전제로 한 추계다. 5년마다 진행되는 재정계산을 통해 보험료율 조정, 운용방식 개편이 이뤄지거나 출산율이 늘어 기금이 불어난다면 추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금 고갈도 기금 운용보다는 저출산 고령화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센터장은 뉴스토마토와 전화통화에서 “2060년 고갈론은 ‘현 상태로는 기금이 고갈되니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정비하라’고 알려주는 지표”라며 “그걸 당분간 안심해도 된다, 또는 연금이 중단된다고 해석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윤 센터장은 “개인연금이 도입된 1990년대부터 민간 보험사의 영업사원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국민연금 가입하면 못 돌려받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며 “2000년대 초에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연일 언론에 보도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결국 외부에서 가변적인 고갈 전망을 절대적인 척도로 삼아 가입자들의 위기감을 조장했다는 설명이다.
 
설사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도 연금이 축소·중단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 세계에 기금이 고갈됐다고 연금 지급을 중단하는 나라는 없다”며 “기금이 없다면 운용방식을 부과방식으로 바꿔서라도 연급을 지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문제다. 한 연금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많은 제도가 만들어졌다 사라졌고 사회체제의 변화도 잦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제도에 손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한 위기론이 확산되니 국민연금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입해봐야 손해 보는 제도’로 자리 잡힌 게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원종욱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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