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마지막 대어,
현대증권(003450)의 우선협상대상자가
KB금융(105560)지주로 가려졌다. 이번 인수전의 결과로 ‘승리자’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의 패배를 만회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뜻밖의 인수전 흥행에 장부가(약 7400억원)를 훌쩍 웃도는 1조원대의 현금을 쥐게 된 현대그룹도, 터지는 웃음을 참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다시 사모펀드로 넘겨져 매각 불확실성에 시달리거나, 대규모 구조조정 태풍이 닥칠 것이란 우려에서 한 발 벗어난 현대증권 직원들도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됐다. 비교적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했던 ‘평화로운’ 결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겉보기에 평화로운 결과와 달리,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인수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시장에는 현대증권의 매각을 둘러싼 유례없는 혼선이 빚어졌다. 출처가 불분명한 각종 루머가 양산되는데 뚜렷한 해명은 없고, 사실을 확인할 길도 묘연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일정은 세 차례나 미뤄졌다.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일정은 29일로 연기됐는데, 세부 논의사항이 남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날 유력 인수 후보 쪽에서 결과 발표를 감안해 고위급 임원들을 대상으로 대기령을 내리고 언론 보도까지 준비했지만, 그룹과 매각 주간사는 오후를 훌쩍 넘긴 시점에서야 일정이 이틀 후로 또다시 연기됐다는 입장을 냈다. 금융투자업계와 언론, 시장 참여자들을 허탈하게 하는 소식이었다.
결국 매각 주간사의 공식 발표일 하루 전, 우선협상대상자가 KB금융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외부 루트를 통해 기정사실화되면서 현대증권의 ‘새 주인 찾기’ 소동은 마무리됐다. 이래서야 공식 발표 일정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완전히 품에 안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벌써부터 모든 절차가 끝난 것 같은 피로감이 드는 것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잡음들 때문이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새 주인을 찾았지만, 아직도 시장에 남은 증권사 매물은 많다. 증권업 M&A전도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다. 일정의 혼선과 미확인 루머 양산은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경험했던 피로감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혜진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