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최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업체의 구조조정 우려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일부 상위 업체를 제외하고는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업체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악의 경우 일부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14일 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크라우드펀딩 성공금액은 각각 165억5200만원(108건), 32억9500만원(32건), 누적 금액은 198억4700만원(140건)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와디즈가 지금까지 85억5000만원(43.08%)으로 단연 1위를 기록했고, 오픈트레이드(40억8000만원, 20.56%)와 IBK투자증권(25억3000만원, 12.75%)이 그 뒤를 이었다. 3개 업체 점유율을 합하면 76.39%에 달한다.
올해 실적을 보면 와디즈와 오픈트레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와디즈의 펀딩 성공금액은 20억5000만원(19건)으로 금액 기준으로는 62.22%, 건수로는 59.38%를 차지했다.
오픈트레이드는 5억5000만원(5건, 16.69%)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를 비롯해 인크, 오마이컴퍼니, 펀딩포유, 와이크라우드펀딩 등은 올해 금액은 다르지만 펀딩성공 건수는 1건에 그쳤다.
지난해에 비해 일부 업체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해진 셈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업계의 구조개편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대거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시장 규모 상 적자가 불가피한데 펀딩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펀딩에 성공할 경우 모집금액의 5%를 중개수수료로 받는다”면서 “문제는 14개 업체가 지금까지 200억원을 중개해서 수수료 수익은 1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업체가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시장 자체가 매우 작은데다가 업계 1위 와디즈도 증권형 펀딩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경영 상 임계점에 도달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보다는 전업 중개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등 일부 상위 업체만 생존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B사 관계자는 “와디즈나 오픈트레이드가 타 업체에 비해 실적이 좋은 이유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하기 전부터 보상형(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을 수년간 진행해왔기 때문에 대중을 대상으로 한 펀딩에 노하우가 있다는 점”이라면서 “두 업체를 제외한 다른 중개업체는 생존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증권사의 경우에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이 망한다고 해서 증권사 존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해당 사업 부서만 철수하면 된다”면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선정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든 증권사들은 이미 선정돼서 큰 부담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업 중개업체는 실적이 저조하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이 증권사보다 더 클 것”이라면서 “구조재편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미 예견된 사안이며, 시장 규모가 커지지 않는 이상 연내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