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지엠, 국내철수 현실화될까

본사 수년간 해외사업장 정리…노조, 집회열고 경영진 퇴진요구

입력 : 2018-02-18 오후 5:14:59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카드를 꺼내면서 한국지엠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졌다. 지엠이 수년간 수익성이 낮은 해외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규모를 축소해왔다는 점에서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국지엠의 철수설은 지난 13일 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발표로 재점화됐다.
 
당시 배리 앵글 지엠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엠은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면서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지엠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이달말까지 한국 정부, 노동조합, 주요 주주 등 이해 관계자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엠이 국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자리와 신차물량 배정을 무기로 한국 정부와 노조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엠이 최근 수년간 실적이 부진한 해외사업부를 정리해왔으며, 한국지엠이 2014년부터 누적 손실규모가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면서 국내 철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엠이 한국 정부 및 노조와의 협상 내용에 따라 추가적으로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면서 “최근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진행중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업계를 위해 전방위적인 무역압박을 하고 있는 점도 지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지엠이 디트로이트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엠은 2013년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를 시작으로 2016년 호주에서 홀덴 브랜드 생산을 중단했다. 작년 2월에는 동아프리카 생산기지를 매각했으며, 5월에는 인도에서 쉐보레 브랜드 판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도 글로벌 시장 수출기지로서의 전략적 입지가 모호해지는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현재의 진행과정이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사례와 비슷하다는 점도 철수설이 증폭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하이차는 2004년 쌍용차(003620)를 인수한 이후 2008년말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가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지원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힌 후 상하이차는 이듬해 1월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손을 뗐다. 
 
한국지엠이 이달초부터 시작된 올해 임단협에서 신차물량 배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사 교섭에서 한국지엠은 본사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배정 여부 및 차종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한국지엠에 대한 지원방침을 쉽게 밝힐 수 없는 처지다. 정부는 한국지엠을 둘러싼 과도한 연구개발 비용, 고금리 대출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이후 지원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엠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엠이 시한으로 설정했던 이달말까지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는 지엠의 군산공장 폐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14일 군산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해 카허 카젬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노조는 조만간 총파업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앞으로 정부 및 국회의원, 유관단체와 간담회를 가지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한국지엠의 국내철수설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노조가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한 모습. 사진/뉴시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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