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세계적인 심리학자 올리버 색스의 이 마지막 에세이집을 두고 미국 사이언스지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냇물’이라 평했다. 흐르는 물에 자갈이 들춰지면 미처 알지 못했던 양상들이 펼쳐지는 것처럼, 책은 과학적 통찰의 의미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새롭게 짚어내고 있다. 찰스 다윈과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 등 위대한 과학자들이 남긴 비화를 그들의 업적과 연결시키고, 자신의 어릴 적 경험들로 생명, 진화 등의 주제를 인간적이고 문학적인 서사로 풀어낸다. 2015년 죽음을 목전에 두고 쓴 이 책에서 그는 과학을 보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삶을 더 자세히 꿰뚫고 있다.
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양병찬 옮김|알마 펴냄
트럼프와 미국 백악관의 리얼리티를 그대로 고발한 책. 백악관이 출간 금지를 요구하자 오히려 판매가 불붙었고 ‘해리포터 이후 파급력이 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8개월 동안 트럼프 이너서클 200여명과 접촉하며 내부의 권력 투쟁과 정책 결정 과정을 추적했다.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가 권력의 큰 축을 담당하는 가족 우선주의,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이들의 권력 암투 과정 등 트럼프 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트럼피즘’, ‘미국우선주의’ 등 극우 측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들도 면밀히 짚는다. 북한 비핵화와 철강 관세 폭탄 등의 이슈가 계속되는 국내에서도 ‘트럼프 이해서’로 읽어볼 만하다.
화염과 분노
마이클 울프 지음|장경덕 옮김|은행나무 펴냄
하버드대 출신의 위니 리는 성공한 영화 제작자를 꿈꾸던 여성이었다. 하지만 2008년 4월 벨파스트 힐즈를 하이킹하던 중 15세의 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무참히 무너진다.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러웠지만 그는 이를 장편 소설로 써보기로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점을 교차하며 성폭행을 당하던 순간,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법정 투쟁의 긴장감 등을 상세히 풀어낸다. 성폭행 트라우마를 극복한 한 여성의 경험에 기반한 소설에 오늘날 전 세계로 번지는 ‘미투 운동’의 단면이 있다.
다크 챕터
위니 리 지음|송섬별 옮김|한길사 펴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생전 수 천쪽에 달하는 에세이를 남긴 산문 작가였다. 당대의 철학 사상, 민속학, 국가 정치와 문화, 리뷰, 비평, 강의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아우르는 논픽션들을 썼고 명성을 떨쳤다. 다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복잡한 표식과 난해한 상징으로 완독을 포기하는 독자들이 많다. 이 책은 청년 보르헤스의 사유가 태동하는 시기부터 그의 모든 철학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논픽션 모음집이다. 총 3부작 시리즈 중 2부인 책은 보르헤스가 고향 아르헨티나의 민족적 전통을 찾고 문학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황수현 교수의 평대로 ‘민낯의 보르헤스’를 만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김용호·황수현·엄지영 옮김|민음사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