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기아차가 올해 내수 시장에서 80%대의 점유율로 위상을 회복했지만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 등 전략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진을 씻기 위해서는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적 회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실적은 28만7553대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지만 해외 실적은 140만870대로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작년 78.1%에서 지난달 83.3%까지 상승했지만 그룹의 실적을 좌우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
우선 미국 시장을 보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2월까지 점유율은 6.6%로 나타났다. 토요타 리콜 사태의 영향으로 2011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9%까지 상승했지만 2014년 7.9%로 다시 하락했다. 2016년 합산 판매량이 142만2603대로 140만대를 돌파하면서 점유율이 8.2%로 반등했지만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2017년 7.4%로 하락했고 올해는 6.6%까지 내려갔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이 현대·기아차가 강점인 세단 시장이 위축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대형차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점도 점유율 하락의 요인으로 분석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인해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봉쇄된 점도 악재로 꼽힌다.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세도 눈에 띈다. 2014년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9.0%였지만 2015년 7.9%로 하락했으며, 2017년에는 사드 여파로 인해 4.6%까지 급감했다. 판매량도 2016년 179만2021대에서 2017년 114만5012대로 36.1% 감소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중 간 해빙무드로 전환되면서 올해 현대·기아차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 2월까지 합산 판매량은 14만1763대에 불과했다. 점유율도 3.8%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의 판매량은 올해 1월 6만10대에서 2월 3만5595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같은 기간 기아차도 3만152대에서 2만1506대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부진은 사드 여파보다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의 2월 중국 시장 점유율은 사드 이슈가 불거졌던 지난해 3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최저 수준”이라며 “아반떼 등 소형 세단의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보다는 상황이 다소 낫지만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의 높은 벽도 현대·기아차에게 높인 과제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4년 6.1%에서 2017년 6.6%로 소폭 상승햇고,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유럽 시장 공략 이후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6.3%로 다시 낮아지면서 실적개선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중국 시장의 경우 월별 실적이 15만대까지 확대돼야 사드 이슈를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형 싼타페, 코나 등 SUV 라인업을 강화해 그동안 지적받았던 약점을 보완해 나가고 해외 현지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내수 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과는 달리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