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 아동은 바보가 아니다

입력 : 2019-04-12 오후 3:37:25
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 아동을 치료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 중 가장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이 바보 취급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언어를 이용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지능이 모자란 아이로 취급받는 것이다.
 
자폐아동을 바보 취급하는 경향은 치료현장에서 정신적 학대를 넘어 신체적인 학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얼마 전 한국 장애인학교에서 자폐아동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드문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비단 치료사만이 아니다. 자폐아동을 기르는 부모들도 자신의 아이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보고 듣는 앞에서 머리 나쁜 아이라고 한탄하는 부모들을 수 없이 보아왔다. 대부분의 자폐아동들은 말은 못하지만 부모가 하는 말 자체는 이해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이런 태도가 아이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필자가 본 자폐 아동들은 의사소통의 장애만 있을 뿐 지능은 매우 정상적이거나 오히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폐성장애 3급 진단으로 지능이 70도 채 안 된다는 아이가 6개월 정도의 치료로 의사소통 능력이 좋아지자 지능평가가 100 가까이 나온 사례가 있다. 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무발화 자폐증 아동이 치료를 해 발화가 시작되자 바로 낱말카드를 읽는 아이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무발화이지만 책을 보고 이해하며 감정표현까지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모든 사례의 아이들이 지적장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표시를 주지 못하기에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취급을 받는다. 무발화였지만 나중에 글을 쓰면서 작가로 유명해진 캐나다의 자폐인 칼리는 자신이 말을 못해서 바보 취급을 당하며 자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폐아동을 바보 취급하는 문제점은 자폐치료에도 투영된다. 아이를 이해시키고 교감하면서 치료하기를 포기하고 강제적으로 치료하는 접근법이 그것이다. 아이를 강제로 발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당당하게 자랑삼아 이야기 하는 언어치료도 있다고 한다. 아이를 혼내면서 자조기술을 익히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작업치료센터가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떤 심정일까?
 
성년이 된 후 자신을 치료했던 ABA 치료사들을 아동학대로 고발을 했다는 유럽의 자폐인이 생각난다. 자폐 아동들은 자신의 심정을 의사전달하지 못한다. 자폐아동들은 자신이 타인의 말을 알아듣고 있다는 것을 표시를 할 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을 모두 느끼고 이해한다.
 
이 아이들이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인내심을 가지고 상호작용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와 애정 넘치는 관계형성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지능이 온전히 발달 할 수 있게 된다. 자폐아동을 바보취급하며 치료한다면 이에 좌절한 아이들은 진정한 바보로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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