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지난 22~23일 이틀 통안 렉서스 ‘ES 300h’를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최상위 트림인 ‘이그제큐트림’ 이었다. 시승 구간은 첫째날 서울 강남에서 하남 부근을 왕복했고, 둘째날은 파주를 들렀다가 강남으로 이동하는 총 168km 코스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델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조합은 은색과 금색이 공존하는 ‘소닉 티타늄’ 외관에 화사한 ‘토파즈 브라운’의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시승에서 외부 컬러는 ‘소닉 쿼츠’였다.
22~23일 시승한 렉서스 ES300h 이그제큐티브 트림 모델. 사진/김재홍 기자
ES 300h의 전면부 스핀들 그릴은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특히 지난해 신형이 출시되면서 물결 패턴은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변화했다. 출시 초기에는 ‘괴상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지만 보면 볼수록 차별화된 개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헤드 램프와 리어 램프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이그제큐티브 트림에서는 헤드 램프가 Bi-LED가 아닌 트리플 풀 LED라 램프 점등 시 날카로운 이미지를 선사했다. 리어 램프는 ‘ㄴ’ 모양이 연상됐다.
ES 300h는 렉서스의 대표 모델로, 지난해에는 8803대를 판매해 메르세데스-벤츠의 ‘E 300 4MATIC’(9141대)에 이어 수입 브랜드 중 2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하반기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9월 누적 판매는 6294대로 3위에 올렸다. 4위 BMW ‘520d’(4085대), 5위 벤츠 ‘GLC 300 4MATIC Coupe’(3486대)와 격차를 감안하면 3위 수성이 유력하다.
시승차량의 스티어링 휠, 계기판 등 모습. 연비는 17.1을 기록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시승 차량은 직렬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됐다. 시스템 총 출력은 218마력, 최대토크는 22.5kg·m이다.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모터가 구동되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렸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편안한 주행감이 돋보였다.
전기차만큼은 아니지만 고요하고 조용했다. 물론 둘째날 자유로에서 속도를 높였을 때는 소음이 들렸지만 전반적으로 일반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에 비해서는 정숙성이 훨씬 뛰어났다.
시승 모델에는 렉서스 최초로 하이브리드 어쿠스틱스 기술이 적용됐고 노면 및 엔진 소음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언더커버 커버리지를 높였다. 또한 전자식 무단 변속기(e-CVT)를 적용해 연비 효율향상 및 변속 충격을 감소시켜 승차감을 높였다는 게 렉서스의 설명이다.
ES 300h의 기어 노브 및 각종 버튼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렉서스 ES 300h의 주행 모드는 Normal, Eco, Sport의 3종류이고, 스티어링 위쪽 오른편에 모드변경 스위치가 있는게 특이했다. Normal은 버튼을 눌러야 하고 Eco와 Sport는 레버를 돌려서 설정할 수 있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을 선호하는 기자에게 렉서스 ES 300h의 승차감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빠르게 치고 나가는 점은 부족했다.
Sport 모드로 선택해도 가속도 부분은 아쉬웠다. 다만 가속 성능을 중시한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BMW ‘5시리즈’나 아우디 ‘A6’ 등 다른 모델을 선택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최상위트림에만 적용된 트리플 풀 LED 램프. 사진/김재홍 기자
인테리어에서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우선 시트 색상부터 밝고 화사했으며,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도 각종 정보가 컬러풀하게 표현됐다. 기어노브의 그립감도 묵직했고 디스플레이 왼편에 아날로그 시계가 위치한 점도 눈에 띄었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내비가 탑재돼 주행 경로나 지도 등의 정보를 3D로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ES 300h는 벤츠 차량과 마찬가지로 터치 형식으로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없었다. 특히 시승 차량에는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RTI)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각종 설정을 변경할 때 불편했는데, 특히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입력할 때는 자음과 모음을 일일히 패드에 손가락으로 이동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공조 설정 버튼. 사진/김재홍 기자
시승 중에 안전 사양들도 제대로 작동됐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콘트롤(DRCC)를 통해 전방 차량과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크루즈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차선 이탈 시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기능으로 경고를 인지할 수 있었고 차량이 스티어링 조향에도 개입했다. 크루즈 속도와 차간 거리 정보는 HUD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주행하면서 브레이크 홀드 기능, 즉 ‘오토 홀드’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정차 중에 굳이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어 운전 피로도가 낮아졌다. 이그제큐티브 트림에만 있는 마크 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의 음질도 만족스러웠다.
시승 차량의 인테리어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ES 300h의 연비는 고속도로 17.0km/ℓ, 도심 17.1km/ℓ, 복합연비는 17.0km/ℓ이다. 시내 정체구간에서도 가솔린에 비해 연비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덜했던 점도 하이브리드의 장점이었다. 시승 이틀째 연비가 15~16km/ℓ이었지만 오히려 막판 서울 시내 주행에서 Eco 모드에 중간중간 EV모드 버튼을 누른 결과 연비가 오르면서 시승 후 17.1km/ℓ이 나왔다.
Eco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떼면 오토 글라이드 콘트롤(AGC)가 화면에 떴는데, 차량 감속을 느리게 해 연비를 향상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설명이다.
렉서스 ES 300h의 가격은 5710만~6640만원이다. 렉서스의 프로모션이 독일차 등 다른 수입차에 비해 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가격대가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호하는 고객이라면 ES 300h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뒷좌석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ㄴ'자가 연상되는 리어 램프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