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 겉표지만 보여주고 범죄사실 적시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 과정에서의 압수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7일 A씨가 "수사관이 영장의 겉표지만을 보여주었을 뿐 그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위법하게 압수한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며 낸 준항고에 대한 재항고 신청사건에서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인천지법 부천지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수사기관이 압수처분 당시 재항고인으로부터 영장 내용의 구체적인 확인을 요구받았음에도 압수·수색영장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다며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219조, 118조에 따른 적법한 압수·수색영장의 제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압수처분 당시 수사기관이 요건을 갖춰 재항고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원심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한 형사사건에 연루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수사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하려 하자 영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요구했으나 수사관은 영장의 겉표지만 보여줬다. A씨가 영장 적시내용을 알게된 때는 이후 조사에 참여한 변호인을 통해서였다.
A씨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준항고를 청구했는데, 법원은 "영장의 범죄사실 기재 부분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에 A씨가 재항고 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