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화 가능성 커진 아시아나…득일까 실일까?

대우조선 수순 밟을 듯 …구조조정·계열사 분리 통한 '몸집 줄이기' 예상

입력 : 2020-08-03 오전 5:5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유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 소유가 되더라도 이 또한 결국 재매각을 위한 작업의 일환이기 때문에 몸집 줄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자 HDC현대산업개발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이번 딜은 최종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HDC현산은 재실사를 촉구하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전에 진행한 실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자료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더 인수를 지연할 수 없다고 날 선 반박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딜은 이미 물 건너갔고 향후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처럼 진실 공방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선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전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업황이 부진해 당장 새 인수자를 찾긴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국유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소재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국유화 시 대우조선 전철 밟을 듯
 
아시아나항공은 경영 악화로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가 12조여원으로 급증하는 등 부실기업이 됐지만 기업 덩치가 크고 국내 항공사 2위라는 상징성도 있어 해체 수순은 밟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 무산 시 국유화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유화 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인 산은 계열사로 우선 편입돼 경영 정상화에 나선 후 재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직접 소유하는 방식보다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영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산은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되자 지분 56%를 사 대주주로 회사를 관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 5000억원을 포함해 1조6000억원을 투입했고 올해에도 영구채 3000억원을 추가 수혈했다. 특히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8000억원을 주식으로 바꾸면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약 37%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현 대주주인 금호산업 30.77%보다 큰 지분율이다.
 
김포공항에서 이륙 준비하는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유화해도 결론은 재매각…구조조정 가능성도 여전

아시아나항공이 국유화 되더라도 이는 재매각을 위한 절차의 일환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나 계열사 분리 등 몸집 줄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채권단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부실 자산을 정리한 후 새 인수자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6개 자회사를 분리해 먼저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가 끝난 후 다시 주인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에어부산, 아시아나IDT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는 매물로 매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모두 항공 관련 계열사인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항공 업황 부진으로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에어서울은 만년 적자 기업인 데다 취항 중인 노선도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받는다.
 
아울러 부실기업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도 있어 채권단에게도 국유화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도 국유화를 마지막 카드로 생각하고 일단 새 인수자 찾기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며 "국유화 시 회사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에도 최고의 선택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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