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항공사들의 위기가 계속되며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중심으로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며 항공사 국유화 성공 사례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에 가까워지고 업황 악화로 새 주인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유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실제로 많은 국가가 국유화를 단행하는 등 항공사 국유화 바람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어 가능성이 작진 않다는 관측이다.
코로나19로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국유화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은 루프트한자 항공기. 사진/루프트한자
유럽 최대항공사 루프트한자마저 국유화
코로나19로 인한 국유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다. 지난 5월 말 독일 정부는 루프트한자에 약 12조6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20%를 확보하기로 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완전한 국유화는 아니지만 정부의 관리 아래에 두겠다는 취지로, 향후 경영이 정상화되면 2023년까지 취득한 지분을 전부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포르투갈의 국적항공사인 TAP 포르투갈도 국유화를 논의 중이다. 이 항공사는 북미와 남미를 잇는 항공기 운항을 한때 모두 중단하면서 직원의 90%를 해고하는 등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 정부는 독일 정부처럼 보유 지분을 현재의 50%에서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 항공사 알리탈리아도 정부가 지난 6월 완전히 국유화했다. 이 항공사는 지난 11년 동안 경영난을 겪으면서 매각을 추진 중이었는데 코로나19로 위기가 심화하면서 국유화 수순을 밟게 됐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항공사 국유화를 선택한 이유는 항공 산업을 국가에 꼭 필요한 산업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주요 항공사가 파산하면 위기 상황 때 국민 수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유화를 단행한 국가들은 항공사들의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매각을 통해 다시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이라 소유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일본항공(JAL) 발권 창구. 사진/뉴시스
일본항공, 국유화 2년여 만에 위기 타파
실제 항공업계에서는 경영난 때는 국가 소유가 됐다가 사정이 나아지면서 다시 시장에 나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항공이다. 한때 세계 6위 항공사였던 일본항공은 2010년 파산해 정부 소유가 된 후 2년 7개월 만에 부실 털어내기에 성공했다.
일본항공 몰락 요인으로는 사세를 무리하게 확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의 일본항공의 부채는 무려 23조6000억원이었는데 무리하게 항공기를 도입하고 인수·합병(M&A)도 단행한 결과였다.
파산 후 일본항공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일본항공은 경영철학과 목표, 전략도 없는 부실 덩어리 자체"라며 직원의 30%를 줄이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아울러 각종 인건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노선도 과감히 철수하는 등 효율화를 극대화해 2년여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국내 항공사들은 현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며 "국유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있지만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매각 무산 위기에 처하며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아시아나항공. 사진은 강서구 소재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국유화가 최선?…좀비기업 전락 우려"
이처럼 성공 사례는 있지만 국유화 시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유화는 특성상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재매각을 위한 비용 줄이기에 매진할 가능성이 커 항공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구조조정 또한 노조의 반대로 추진이 어려울 수 있고 국고를 투입하면 경영이 나태해져 오히려 부실의 늪에 더욱 깊게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종합하자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도 부실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유화 논의보다는 매각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일본항공의 경우 망한 기업에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억지로 살려낸 것인데 이를 성공 사례라고 부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대우조선해양도 매각이 되지 않아 정부가 관리하면서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좀비기업(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오명만 썼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아시아나항공 국유화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국유화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해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섣불리 '이쪽으로 간다, 저쪽으로 간다'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