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수입차 업계가 연이은 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원 성희롱 혐의로 인해 불명예 퇴진하는가 하면,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대한 책임 회피 의혹도 불거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FCA코리아는 전날, 중국에서 알파로메오 브랜드를 총괄한 제이크 아우만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아우만 사장의 임기는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며, 가족과 함께 이달 말 서울로 근거지를 옮길 예정이다.
최근 성추행·폭언 의혹에 휩싸였던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프 관계자는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은 회사를 떠났다"면서 "FCA는 직원과 협력사에 대한 그 어떤 형태의 괴롭힘과 차별 등을 일체 용인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미국 SUV 자동차 브랜드 지프의 한국법인 FCA코리아 파블로 로쏘 사장의 성범죄와 폭행, 폭언을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FCA코리아의 내부 인사팀과 윤리담당 부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미국 FCA본사는 지난달 24일 로쏘 전 사장의 직무를 일시 정지했다.
파블로 로쏘 전 FCA사장은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다. 사진/FCA코리아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도 지난달 29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하고 로쏘 전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로쏘 전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총회에서 2년 임기로 회장에 선임된 바 있다. KAIDA는 “최근 의혹과 관련해 정상적인 회장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직무 정지를 의결했으며, 임한규 상근 부회장이 협회장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후속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코리아는 CEO의 도피 퇴임 및 부임 거부 논란이 연달아 일어났다. 환경부는 올해 5월, 벤츠가 국내에 판매한 차량 12종, 3만7154대에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776억원을 부과했다. 이어 검찰은 관련 혐의로 벤츠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은 압수수색 직전에 해외 출장을 간 후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실라키스 전 사장은 2015년 한국에 부임해 이듬해부터 4년연속 벤츠를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려놨고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지만 결국 도피 퇴임을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벤츠코리아 사장은 도피 퇴임의 불명예를 안았다. 사진/벤츠코리아
벤츠코리아는 올해 5월, 뵨 하우버 벤츠 스웨덴 및 덴마크 사장을 8월1일부터 신임 사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우버 사장이 일신 상의 사유로 부임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5일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업계 관계자는 “하우버 사장이 벤츠코리아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면 전임자 시기에 있었던 배출가스 조작 사안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수입차 CEO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수입차 업계가 한국 고객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배출가스 불법 조작 혐의 재판 도중 독일로 출국했다. 이후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2018년 국내 시장에 복귀했지만 디젤게이트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하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법적처벌 수준이 약하고 논란이 발생해도 판매량에 별 타격이 없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라면서 “한국 시장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처벌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