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료제·백신 솎아내기①)오미크론에 임상 포기까지

대웅제약, 'DWJ1248' 경증·중등증 환자 임상 중단
환자모집 어려움·먹는 약 공급에 개발 회의론도
"치료제 개발 이익보다 비용 소모가 더 클 수도"

입력 : 2022-03-28 오전 7:00:00
21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질병관리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 분석을 위해 채취한 혈액 모형을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과는 달리 치료제 개발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여러 회사들이 꾸준히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진행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중증화율이 떨어지면서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치료제 개발사 내부에선 환자 모집이 어려운 데다 먹는 약이 공급되는 상황을 근거로 한 임상 지속에 대한 회의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밖에 치료제 개발에 따른 이득보다 소모되는 비용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공존한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총 19개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을 승인받았다. 개발 방식으로 분류하면 기존 허가 품목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약물재창출이 8건, 신물질로 치르는 임상이 11건이다.
 
19건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일례로 대웅제약(069620)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DWJ1248'의 경증·중등증 환자 대상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감염 예방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에 이어 두 번째 개발 중단이었다. 대웅제약은 중증 코로나19 환자 대상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DWJ1248 임상만 지속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이 밝힌 임상 중단 이유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중증화율 감소다. 오미크론 변이는 직전 우세종이었던 델타 변이에 비해 낮은 중증화율을 보인다. 이 때문에 경증·중등증 환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등 대외 환경이 변화하면서 증상 악화 비율이 줄어들어 경증 임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향후 중증 임상에 집중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임상 중단을 선언한 개발사는 대웅제약이 유일하다. 다만 몇몇 업체 내부에서는 치료제 개발 지속에 대한 회의감도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와 같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공급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임상을 승인받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참여자를 모으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라며 "원활하진 않지만 먹는 약 선구매 물량이 공급되고 있고 앞으로도 처방이 늘어날 점을 감안해 치료제 개발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부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약물 특성에 따른 복용 시기와 환자의 증상 정도 등 여러 조건을 따져 적응증을 달리해야 한다"라며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긴 했지만 업체별 후보물질에 맞는 대상 환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과제로 선정되거나 임상 진행에 필요한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자체 비용으로 개발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막상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을 승인받은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임상부터 임상, 데이터 분석까지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서 비용 발생은 당연하다"라며 "정부 지원을 받는다면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이마저도 없으면 치료제를 개발하더라도 그동안 쏟아부은 비용보다 적은 금액을 회수할 수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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