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도윤,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스텐트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심장분야 의료진의 오랜 논쟁 주제였던 관상동맥 질환의 스텐트 시술가 수술 치료의 결과를 역대 최장 기간인 약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률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 심장 관상동맥 두 곳 이상이 막히는 다혈관질환의 경우 스텐트 시술이 수술에 비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지만 이번 연구로 스텐트 시술의 장기적 안정성이 입증돼 앞으로 중증 다혈관질환의 치료방침 결정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안정민·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808명의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 환자를 스텐트 시술과 수술 치료로 무작위 배정하고 약 12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양쪽 환자군의 뇌졸중·주요 심장사건 및 사망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스텐트는 약물 치료, 수술 치료와 함께 관상동맥질환 치료방법에 속한다. 병의 중증 정도에 따라 병의 분포가 크지 않은 경우 약물 치료를 택하지만 심장혈관 여러 곳에 병이 있는 다혈관질환의 경우 스텐트 시술과 수술 치료가 주로 행해진다.
스텐트 시술과 수술 치료를 둘러싼 사망률은 오랜 논쟁거리가 됐지만 최근 여러 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지난 2004년 경동맥 스텐트 시술을 선택적인 경동맥협착 환자 대상 치료방법으로 인정했다. 대상은 증상이 있으면서 70% 이상의 협착과 수술의 고위험 요인을 가진 환자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5년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이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의 후속연구로 이뤄졌다.
당시에는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 환자의 치료 결과를 평균 4년6개월 추적 관찰 했다. 12년 가까이 장기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 연구가 세계 처음으로, 지금까지의 다혈관질환 관련 연구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추적 관찰해 신뢰도를 높였다.
연구는 다혈관질환 환자 중 2008년 7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국내 27개 기관에서 약물방출 스텐트 시술을 한 환자 438명과 수술 치료를 한 환자 442명을 비교했다. 두 환자군의 치료 당시 평균 나이는 스텐트 시술 환자군 64세, 수술 치료 환자군 64.9세로 비슷했다.
두 환자군의 추적 관찰 기간은 평균 11.8년이었으며, 사망이나 뇌졸중 및 주요 심장사건 발생률은 스텐트 시술군 28.8%, 수술 치료군 27.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시술 후 심근경색 발생률은 스텐트 시술 7.1%, 수술 치료군 3.8%로 스텐트 시술군이 조금 더 높았으며 재발로 인해 재시술을 할 확률은 치료방법의 특성상 스텐트 시술이 22.6%, 수술 치료군이 12.7%로 스텐트 치료군이 10%p 가까이 높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수치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지 않으므로 수술이 어려운 고위험군이나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에 대한 우려가 있는 환자들에게 스텐트 시술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세계에서 진행된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 연구 중 스텐트 시술의 치료효과를 가장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며 "그동안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의 경우 치료방법에 따른 효과성 비교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스텐트 시술이 수술만큼 충분히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의 다수가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나이, 동반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 스텐트 시술만으로도 여생을 건강히 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정민·강도윤 교수가 공동 1저자, 같은 과 박승정·박덕우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논문은 피인용지수 39.918인 심장 분야 최고 권위의 미국심장학회 공식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최근 게재됐다. 안정민 교수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심혈관중재시술학회(TCT)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