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카드사들이 상호금융사를 비롯해 가전기업, 유통기업 등과 손잡고 해당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줄줄이 내놓고 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 브랜드 충성고객을 그대로 끌어올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업권을 가리지 않는 공동마케팅으로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가전·유통기업과 공동마케팅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PLCC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PLCC는 카드사가 특정 브랜드와 협력해 발행하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말합니다. 해당 기업 중심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31일 코웨이와 PLCC 상품 개발 및 공동 마케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앞으로 코웨이 특화 할인 혜택은 물론, 코웨이 우수 고객층의 소비 형태에 최적화된 맞춤형 생활 서비스를 담은 신용카드 상품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코웨이 자회사인 실버 라이프 솔루션 전문 기업 '코웨이라이프솔루션' 전용 PLCC 상품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하나카드도 지난달 새마을금고와 함께 'MG+신용카드 Primo(프리모) 하나카드'를 내놨습니다. 대중교통·편의점·슈퍼마켓·주유·생활 요금 자동 납부 시 5% 할인을 제공하고,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0.5% 기본 할인 혜택을 줍니다. 특히 함께 카드를 만든 새마을금고는 MG+ 신용카드 사용 금액과 연계해 연이율을 최대 10%까지 받을 수 있는 'MG+ 신용카드 적금'의 선착순 판매 이벤트도 진행했습니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5일 명품 이커머스 오케이몰과 '오케이몰x디지로카' PLCC를 내놨습니다. 이용금액이 40만원 이상이면 모든 가맹점에서 1.2%를, 40만원 미만이면 0.5%를 한도 없이 할인해 줍니다. 카드 발급 첫해에는 연간 카드 이용금액이 50만원이나 500만원 이상이면, 오케이몰에서 50만원 이상 결제 건에 각각 3만원씩 추가 할인이 들어갑니다.
삼성카드도 같은 날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 신백리워드 삼성카드'를 출시했습니다. 국내 또는 해외 가맹점 이용 시 최대 3%의 신백리워드 포인트를 적립해 줍니다. 신세계백화점 제휴서비스, 신세계·이마트 2~3개월 무이자할부, 이마트 6천원 할인 등 신세계·이마트 이용 특화 혜택도 풍부합니다.
여러 업권을 뛰어넘는 다양한 PLCC가 올해 하반기에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PLCC는 제휴사와 함께 마케팅을 펼치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기 때문에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범용 혜택보다는 제휴 브랜드에서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도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PLCC 상품을 통해 특정 브랜드의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어 회원 기반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휴사 특화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상품과 서비스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며 "파트너사와의 마케팅 협업 또는 고객 유치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카드사들이 하반기에도 꾸준히 PLCC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MG+신용카드 Primo(프리모) 하나카드 △오케이몰x디지로카 △신세계 신백리워드 삼성카드. (사진=각 사)
'알짜카드' 대체재로 주목
반면 카드사는 소비자 혜택이 크지만 수익성이 낮은 '알짜카드'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 단종시킨 신용카드는 282개, 체크카드는 91개로 집계됐습니다. 신용카드는 지난해 단종 건수(405개)의 70%에 육박했고, 체크카드는 지난해 수치(53개)를 뛰어넘었습니다. 신용·체크카드의 단종 건수를 합치면 올해 상반기 수치(373개)가 지난해 전체(458개)의 80%를 웃돌았습니다.
카드사들은 지난 2012년 적격 비용 제도가 도입된 후 계속해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겪고 있습니다. 우대 가맹점 적용 범위도 최근 96%까지 확대되며 주 수입원인 신용판매(신판)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알짜카드 정리를 포함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특색 있는 혜택을 지닌 알짜카드가 줄어들며 카드사 간 상품 라인업이 단조로워졌는데요. 카드사들은 여러 업권과 PLCC로 상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카드업권 관계자는 "PLCC를 협업하는 기업 쪽 충성 고객들 같은 경우에는 모집 비용도 안 들고 이탈에 대한 위험도 적기 때문에 이런 분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면 상대적으로 다양한 일반 카드에 혜택을 주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된다"며 "카드 매출이나 수익 창출에도 도움 된다고 보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PLCC 쪽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카드사는 계속된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주 수입원인 신용 판매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상반기만 373개의 카드를 단종시켰다.(사진=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