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연금 연말정산 환급액, 현금 지급 말고 환류해야

‘13월 월급’ 받아도 금세 눈 녹듯 사라져
연금계좌에 쌓아야 복리효과…TR ETF 비슷한 원리
계좌환류제 도입시 소득대체율 상승

입력 : 2025-02-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직장인 A씨는 이달 말에 ‘13월의 월급’을 받습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공제 한도액까지 납입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월급 통장으로 환급받을 예정입니다. A씨는 이 돈으로 무얼 할까 궁리 중입니다. 미리 정해둔 사용처는 없어서 가까운 나라로 해외여행을 할지 오래 탄 자전거를 바꿀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그는 월급날까지 쓸 데를 정하지 못하면 오랜만에 가족들과 근사한 곳에서 식사라도 해야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금 환급액, 가입 목적에 맞게 재예치해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설날에 받은 세뱃돈을 저축하라고 가르치지만 정작 부모들의 경우 연말정산으로 생긴 공돈을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데 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연말정산 환급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항목이 연금인데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쳐 연간 납입금액 900만원까지 13.2%, 많게는 16.5% 세액공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연금으로만 최대 148만5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만기액까지 연금계좌로 이전하는 경우엔 납입한도가 더 불어나 환급액도 더 많아집니다. 이 돈이면 할 수 있는 것이 꽤 많습니다. 
 
물론 일부 연금 가입자들은 환급받은 돈을 다시 연금계좌에 넣기도 합니다. 어차피 올해에도 낼 돈인데 받은 돈으로 일부 충당하자는 것입니다. 연금 가입의 목적이 은퇴 이후의 노후를 준비하는 데 있는 만큼 연금에서 발생한 재원 역시 노후 준비에 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그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A씨처럼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 없이 일상에서 소비해 목돈이 녹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A씨가 받는 100만원 이상의 환급금. 즉 연금의 연말정산 환급금을 연금계좌에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장치가 연금계좌 환류제도입니다. 최근 연금의 환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환류 시 연금계좌 실질수익률 ‘껑충’
 
연금 공제 환류는 일종의 복리 투자입니다. 복리는 원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에 다시 추가 이자가 발생,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투자금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펀드에서 편입한 주식이나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을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자동으로 재예치해 투자하는 토탈리턴(TR) 펀드가 인기인데요. 원리는 이와 비슷합니다. 
 
TR 펀드는 특히 상장지수펀드(ETF)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똑같은 자산에 투자하면서 이자·배당을 지급하는 ETF와 비교해 성과가 확연하게 벌어지는 것을 투자자들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해외 투자 TR 펀드에 과세하겠다고 예고하자 업계와 투자자들이 들썩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TR ETF는 여기에서 벗어나 있지만 해외 ETF 투자로는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는 연금 공제액을 환류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과 같습니다. 단순하게 매년 100만원 안팎의 환급금을 연금계좌의 추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10년, 20년 후의 노후 자산은 크게 불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환급액을 환류할 경우 연금계좌의 실질수익률도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종종 정부나 언론이 공개하는 연금계좌의 운용성과를 보면 금융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한 자릿수대로 낮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환급금은 빠져 있습니다. 이 돈이 계좌로 환류될 경우 운용수익과 별개의 수익이 더해져 총수익률이 그만큼 상승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연금계좌에서 생긴 총수익이 매년 쌓여갈수록 복리 효과와 홍보 효과도 커져 연금 가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 소장은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연금계좌로 연평균 8%대의 장기수익률을 기록 중이라면서, 여기에 환류세제를 도입할 경우 실질수익률은 12%대로 올라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연금계좌의 공제혜택도 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할 게 아니라 계좌로 환류해 실질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디폴트옵션으로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연금보험료 세액공제금의 연금계좌 환류 시 노후소득 개선 효과’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통해 연금계좌 환류시 소득대체율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을 넘어 국민연금에도 환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강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국민연금을 수급받을 때는 소득세가 붙는다”며 “현재 가입자들이 받는 세 혜택을 연금 기금에 적립하고 그만큼 연금소득세를 감면받으면 추가 재정 부담 없이 노후 가처분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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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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